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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6차 핵실험] "트럼프 갈팡질팡하다 北 도박판 키워… 美, 결단 서둘러야"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3 18:05

수정 2017.09.03 21:58

레드라인 넘어선 북
24시간 내 미국의 태도가 북.미관계 주도권 판가름
결단력 없이 타협으로 가면 핵보유국 인정 대가 치러야
대화카드 접어둬야
美 압박카드 중국이 거부땐.. 무역제재 외 대만카드 꺼내 대북 석유수출중단 끌어내야
文정부도 전략적 결단 시점
[북한 6차 핵실험] "트럼프 갈팡질팡하다 北 도박판 키워… 美, 결단 서둘러야"

[북한 6차 핵실험] "트럼프 갈팡질팡하다 北 도박판 키워… 美, 결단 서둘러야"

북한이 레드라인(임계치)을 넘어섰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 워싱턴 시간으로 2일(현지시간) 오후 11시30분께 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을 접한 트럼프 행정부로선 그야말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장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 오후 1시45분부터 30분간(미국시간 0시45분~1시 5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긴급통화를 가진 데 이어 오후 3시께 문재인 대통령 주재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끝난 직후 정 실장과 추가로 전화통화를 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 이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갈팡질팡' 섣불리 북·미간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던 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자신감을 심어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6차 핵실험이란 레드라인을 넘어선 북한에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인가. 이번 도발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따라 북.미 간 주도권 싸움이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으로선 선제적 대북 무력 사용도, 외교적 수단의 최후인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카드도 취하기 어려워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김정은, 트럼프에 정면승부

"앞으로 24시간 내 미국의 태도가 북.미 관계를 판가름할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지낸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향후 24시간 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할 결단이 무엇인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지금까지 보여준 태도와 같이 결단력을 보이지 못한 채 타협으로 간다면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과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미국으로선 그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날아간 것이란 얘기다. 홍 교수는 "북한이나 중국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과감한 행동을 취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도발도 그런 판단하에 이뤄진 것이며, 미국이 빠른 시간 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북.미 관계 주도권은 북한이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장)은 "사실상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규정했다. 홍 전 차관은 "북한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핵무기를 완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결국은 개발을 완료해 실전배치까지 하게 될 것"이라며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온 문재인정부도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으로선 '미국과의 한판승부'라는 목표 아래 갈팡질팡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감을 갖고 정면승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北 핵.미사일 완성할 때 '대화공세'로 전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최근 북한의 ICBM급 도발 이후 '대화론'에 힘을 실은 미국의 태도가 북한에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천 전 수석은 "미국으로선 더 큰 압박과 제재를 가하려 들겠지만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면서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선 중국에 대해 무역제재 외에 대만 카드까지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북한이 소위 '착한 김정은'의 모습으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은데, 그 시점은 북한이 스스로 판단하기에 기술적으로 핵.미사일 실험이 더 이상 필요없다고 판단될 때이며 협상조건을 구비한 북한이 본격 대화공세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최대치에 왔다"면서 "한·미 동맹 공조 강화와 중국, 러시아의 대북제재와 압박 공조를 확보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안보 면에 있어서 우리의 강력하고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핵과 ICBM 능력 고도화 의지를 꺾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무엇보다도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과 석유수출 중단을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북한이 또다시 핵 실험을 강행하면 한국 정부는 '대한민국 비핵화 선언'으로 전락한 '한반도비핵화선언'의 폐기를 먼저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도발이 구체화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나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핵재처리시설 보유까지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본 것이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남북 핵균형을 위한 한국의 독자적 핵보유 방안까지 비공개리에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천 전 수석과 홍 전 교수, 김 교수는 모두 "현재로선 대화와 제재라는 투트랙 기조에서 벗어나 외교적 수사일지라도 북한에 대해 제재와 압박 메시지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문형철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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