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유재경 전 미얀마 대사 "K타운 반대시 신변 불이익 문자 받았다"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5 15:17

수정 2017.09.05 15:29

유재경 전 미얀마대사가 5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삼성 뇌물 ‘박근혜 전 대통령ㆍ최순실씨 65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재경 전 미얀마대사가 5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삼성 뇌물 ‘박근혜 전 대통령ㆍ최순실씨 65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추천으로 미얀마 대사직에 임명됐다는 의혹을 받는 유재경 전 미얀마대사가 미얀마 K타운사업을 반대할 경우 신상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유 전 대사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부터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전기 전무 출신인 유 전 대사는 지인이었던 이 전 본부장을 통해 최씨에게 소개돼 미얀마 대사로 임명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본부장은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법인장 시절 최씨 모녀가 삼성그룹의 승마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예금관리와 대출 등 금융업무를 도운 인물이다.
검찰은 이 전 본부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부탁해 이 전 본부장의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정부가 미얀마에서 한류 조성과 교류 확대 등을 목적으로 추진한 'K타운 프로젝트'에 특정업체를 대행사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회사 지분을 요구해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이 전 본부장으로부터 미얀마 대사를 추천받았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유 대사는 K타운 프로젝트는 사업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해 반대했다고 주장해왔다.

청와대가 특정업체를 K타운 프로젝트의 사업주체로 선정하려고 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유 대사는 "미얀마에서 겪은 바로는 청와대에서 분명히 그런 압력이 있었고, 제가 직접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 대사는 "(K타운 프로젝트를 반대하려고 하자)이 전 본부장으로부터 '대사님 왜 이렇게 좋은 사업을 막으십니까. 나무만 보지 마시고 숲을 보길 바랍니다.
대사님 신변이 걱정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런 내용이 어떻게 민간인 신분인 이 전 본부장에 흘러갔고 반대입장을 취한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생각했다"며 "청와대로 간 보고서가 실시간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K타운 프로젝트가 잘 되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이 전 본부장에게 문자를 보낸 경위에 대해서는 "이 전 본부장을 통해 전달되는 누군가에게 명시적으로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대사직을 관두게 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