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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하천에 빠진 아이 구한 최동준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6 19:57

수정 2017.09.0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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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fn이사람] 하천에 빠진 아이 구한 최동준 CJ대한통운 택배기사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일단 무조건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택배 배송 중 아이가 물에 빠졌다는 말에 만사를 제쳐놓고 하천으로 뛰어들어 아이를 구한 CJ대한통운 최동준 택배기사(42·사진)의 말이다.

지난 8월 25일 경기 남양주 오남읍 오남리 일대에서 택배를 배송하고 있던 최씨는 한 아파트 앞에서 3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다급하게 뛰어오는 것을 보고 차를 멈춰 세웠다.

아주머니는 최씨를 보자마자 바로 앞 하천에 남자아이가 물에 빠졌다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최씨가 보니 이미 아이는 얼굴을 하천에 박은 채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최씨는 오직 살려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하천으로 뛰어들었다.
물이 깊지는 않았지만 전날 내린 비로 하천이 불어있어 물살이 강해 위험했다. 그러나 그는 아이만 보고 바로 하천으로 뛰어든 것이다.

최씨는 아이를 건져낸 후 아이의 목젖에 손가락을 넣어 물을 토하게 만들었다. 심장은 뛰고 있었지만 이미 물을 너무 많이 먹어 호흡이 불안정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후 심장마사지를 시작했고 주민의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최씨는 아이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질 때까지 구조를 도왔다.

최씨는 "택배 배송을 하면서 2년 넘게 이 하천을 봐왔다. 그래서 구조를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면서 "전날 비가 많이 와서 다소 위험했지만 충분히 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위기탈출 넘버원 등 TV 프로그램을 즐겨 봤고, 다행히 군대 등에서 배운 인공호흡법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만약 저 아이를 살리지 못하면 그 부모가 평생 괴로워하며 살 것 같아 하천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에겐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2학년짜리 두 아들이 있다.

그가 CJ대한통운에 몸담은 지는 4년가량 됐다. 그 전엔 작은 건설회사에서 일을 했다.

최씨는 "소방관 시험을 치른 적이 있는데 아쉽게 떨어졌다"면서 "평소에도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상상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가슴이 뛰면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범한 사람 누구나 손만 뻗으면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많은 이들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의 꿈은 평범하다. 가족들과 함께 건강하게 잘사는 것이다. 그는 "큰 꿈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지금 하는 일을 집중해서 잘하면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양주시의회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를 구한 최씨에게 남양주시의회 의장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한편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국민안전처와 함께 전국 일선 소방서에서 1차로 직영 택배기사 500여명을 대상으로 안전교육 및 심폐소생술 교육을 했다. 실습 후 평가를 통해 이수증을 받은 택배기사는 긴급상황 발생 시 인명구조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계약된 집배점 소속 전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안전교육 및 심폐소생술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중소기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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