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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자율주행차 주도권 확보전.. '강 건너 불구경' 중인 韓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8 16:41

수정 2017.09.08 16:41

미국 연방정부가 글로벌 자율주행차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며 자율주행차 사업을 위한 법률적 틀을 마련했다. 구글, 애플, 테슬라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자율주행차 사업을 하는 자국 업체들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국제표준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우회적 지원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이번 법률 마련은 최근 중국 정부가 ‘전 세계에서 첫 무인차 주행도시’를 기치로 내걸고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에 대한 맞불 작전이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차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기업 뿐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치열하게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치적 구호’만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 국회의장, 주관 부처 장관까지 나서 자율주행차 옆에서 기념사진만 찍을 뿐, 정작 자율주행차 산업을 뒷받침할 법·제도, 예산, 조직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미 하원, 자율주행차 산업 육성 법안 의결
8일 주요 외신 및 미국 의회 법률 현황 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6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자율주행차 법(SELF DRIVE act)’을 통과시켰다. 현재 캘리포니아 등 각 주(州)에서 잇달아 마련되고 있는 자율주행법을 하나로 통합하는 법령을 마련한 것이다. 이 법안이 향후 미국 상원까지 통과되면, 현지 업체들은 기존 자동차 안전기준을 완벽하게 적용하지 않고도 자율주행차를 연간 최대 10만 대까지 운행할 수 있다. 기존의 자동차 안전기준이 자율주행차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아래, 안전기준 규제를 면제받는 자율주행차 규모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미 하원은 또 각 주에서 자율주행차 법에 어긋나는 규제나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도록 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이 거미줄처럼 얽힌 각 주의 규제에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동시에 미국 교통부(DOT)와 산하기관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자율주행차 관련 새로운 안전 표준을 마련하고, 사이버 위협 대응 및 개인정보보호 관련 종합계획을 수립토록 했다. 동시에 산학연 전문가는 물론 노동 및 환경단체까지 합류한 ‘자율주행차 전문위원회(가칭)’을 마련해 전반적인 도로교통 인프라 개선과 생태계 조성에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도록 했다.

■중국, 자율주행차 및 서비스 개발 속도전
미 하원은 물론 상원에서도 자율주행차 관련 법 제정 움직임이 활발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자율주행차 개발 속도전이 있다. 중국은 자국 기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자율주행차 핵심인 인공지능(AI)과 지도 데이터베이스(DB), 무선통신 인프라 구축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디디추싱 등 차량공유 서비스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20대 가량의 자율주행차가 임시운행 허가를 받고 도로 위를 달리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관련 부품이나 SW, 공유서비스 등은 해당 업체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최근 “‘느린 자전거를 탄 한국’은 입맛에 맞는 먹거리만 찾아다닌다”고 꼬집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느린 자전거를 탄 한국'..그나마 정쟁에 발목
게다가 국회와 주관 부처는 자율주행차가 미래 먹거리란 점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면서, 관련 법 및 예산 마련엔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정쟁만 난무한 탓이다.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지난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면서,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정책에 핵심인 테스트베드 상시운영과 주행데이터 공유센터 구축 등이 지지부진하다.

국내 한 자율주행차 R&D 종사자는 "자율주행차 센서나 알고리즘을 하나 바꿀 때마다 사전에 확인해야 하는 개별법안이 수도 없이 많다"며 "자동차관리법, 여객운송사업법 등 개별 조항을 하나씩 체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정작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시간보다 많은 경우도 허다하다"고 국내 현실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산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거기에 맞춰 SW 알고리즘도 설계할 수 있다"며 "자율주행차 규제를 푸는 것과 동시에 확고한 가이드라인이라도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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