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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후폭풍] 이마트 中사업 접고 롯데 개점휴업.. 현대차, 공장파행에 실적도 반토막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0 17:27

수정 2017.09.10 17:27

면세점.식품 등 사드 피해.. 게임은 유통허가도 못받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7일 사드발사대 4기가 추가 배치되면서 중국의 사드 몽니가 더욱 노골화되고 장기화될 전망이다. 해당 기업으로선 자체적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대안이 없는 만큼 정부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중국사업 치명타

이마트는 연내 중국 내 매장 5곳을 완전 철수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태국 CP그룹에 현지 매장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해 한때 30여개까지 매장을 늘렸지만 지속적인 적자누적으로 매장을 줄여왔고, 사드보복까지 더해지자 연내 중국사업 완전 철수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까지 사드보복의 최대 피해자인 롯데마트는 중국 측의 영업중단 등으로 약 7000억원의 손실을 본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손실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마트는 지난 4월 이후 중국 내 점포 112곳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됐고, 나머지도 개점휴업 상태다. 현지 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인건비 등 고정비가 계속 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3월 3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긴급 수혈한 데 이어 최근 34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면세점 업계도 사드보복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 중국 측의 한국여행 제한 이후 7월 말까지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5% 줄었다. 이 중 중국인 매출은 30% 급감했다.

오리온, 농심 등 식품업체도 사드보복 강화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오리온 중국법인의 매출은 올 상반기에만 376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6504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농심도 2.4분기 중국법인 매출액이 전년과 비교해 24% 감소했고 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사드 후폭풍 자동차로 확대

국내 완성차 업체 역시 중국 시장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국내 1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올 들어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 실적은 이미 반토막이 났다. 중국 자동차 업계 점유율도 지난해 6위에서 현재 13위로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현지 생산공장은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베이징기차가 납품단가가 싼 중국 협력업체 비중을 늘리자는 입장을 현대차 측에 전달하면거 불거졌다. 현대차가 품질적인 부분과 한국 부품업체의 생존 문제 등을 고려해 이에 반대 의견을 내놓은 데 대한 보복성 결단으로 풀이된다. 급기야 지난 7일에는 중국 인민일보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가 베이징기차가 현대차와 합자관계를 끝내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내용을 보도, 현대차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접을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합자관계를 한쪽이 일방적으로 깰 수는 없는 것이 계약조항에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업계, 중국 수출길 막혀

게임업체들도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중국은 국내 게임업체들의 전통적 '텃밭'이지만 사드보복 여파로 중국 수출이 얼어붙었다. 지난 3월 이후 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판호(일종의 중국 내 게임유통 허가권)' 발급이 이유 없이 연기되면서 6개월째 국산 게임의 판호 발급은 0건이다.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등 중국 기업과 협상력이 뛰어난 유력 게임사조차 언제 판호를 받을지 알 수 없어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소게임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게임사들은 당분간 중국 시장 진출을 접어두고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북미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hsk@fnnews.com 홍석근 성초롱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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