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소나기 피하자" 강남권 재건축 후분양바람

대우건설, 한신15차 재건축.. 후분양 제안으로 수주 성공
분양시점 늦춰 분양가 높여 규제 피해 조합이익 극대화

서울 강남권 랜드마크 재건축에 갑자기 '후분양 바람'이 불고 있다. 후분양은 건설사가 주택을 일정 수준 이상 지은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현재의 개념과는 정반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에서 때아닌 후분양 바람이 불게 된 것은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가 쏟아진 데 따른 것으로, 지난달 한신15차 재건축 입찰에서 대우건설이 처음으로 제안했다. 이에 수주 경쟁자인 롯데건설도 맞불을 놓으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대우건설은 후분양 제안 등으로 조합원들을 사로잡아 9일 한신15차 재건축을 수주했다.

대우건설 측은 "최근 청약광풍을 불러일으킨 신반포센트럴자이 사례만 보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제한으로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분양보증을 안 받아도 되는 후분양이 오히려 조합원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소나기 맞느니 차라리 후분양으로 분양"

건설사들은 그동안 자금조달 등의 어려움으로 후분양을 기피해왔다. 하지만 사업성이 높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분양시장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데다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조합원의 표심을 얻기 위해 후분양이라는 카드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사이에서 후분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향후 강남권 시공사 선정 때 자연스럽게 후분양이 자리잡을 수도 있어 보인다"며 "쏟아지는 정부 대책을 피해 일반분양 시점을 늦춰 분양가를 높일 수 있다면 사업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토교통부 산하 HUG가 분양보증을 앞세워 분양가를 제한한 것도 '강남권 후분양' 논란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건설사와 조합은 분양가 규제로 인해 인근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를 책정, 결국 조합원들의 이익이 일반분양자에게 돌아간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강남 재건축 '디 에이치 아너힐즈'는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10% 이상 높다며 3차례나 분양보증이 거부되기도 했다. 서초구 신반포센트럴자이도 HUG의 요구로 분양가가 3.3㎡당 425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로또 분양' 광풍이 불었다.


■조합원 표심잡기 위한 카드로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HUG가 분양가를 제한해 사실상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남권, 과천 등 재건축 단지에서 일반분양가를 제한하거나 정부대책 발표 전 분양보증을 일시 중단한 것도 사업에 차질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건설사는 후분양 시 자금부담과 부채비중이 높아질 수 있지만, 향후 강남권의 시세 상승이 분양가에 반영되면 이익도 개선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분양 시 사업지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성이 높은 강남의 경우 자금조달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강남권은 재무적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사들의 경쟁이어서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