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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아이들의 첫 선생님, 보육교사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1 17:29

수정 2017.09.11 17:29

[fn논단] 아이들의 첫 선생님, 보육교사

올해 정기국회의 막이 올랐다. 문재인정부가 역대급으로 쏟아놓은 각종 정책들은 입법이나 예산의 형태로 국회를 잘 통과해야 비로소 현실이 된다. 다당제 구도하에서 얼마나 순탄한 여정을 걸을지는 과제마다 다를 것이다. 예컨대 아동수당과 같이 일정하게 동의가 형성된 과제들은 도입의 속도나 예산 확보가 관건이겠지만 공무원 증원과 같이 첨예하게 철학이 다른 과제들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점에 필자는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아동정책 1호 과제' 이야기를 다시 꺼내려 한다. 아이들의 복지를 생각하면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보육교사의 처우개선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보육교사는 이제 어머니와 동급이다. 과장이 아니고 현실이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린이집은 돌도 되기 전부터 다니는 곳이고 하루종일 머무는 곳이 돼버렸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나는 집이 이제는 가정과 어린이집 두 곳인 셈이다.

그런데 이 보육교사 직종이 필요에 쫓겨 너무 졸속으로 양산되다 보니 처우나 이런 부분에서 정말 문제가 많다. 좀 들여다보자. 보육교사는 장기요양보호사와 함께 가장 최근에 생긴 직업이며, 과거엔 개별 가정에서 하던 돌봄을 사회화하면서 생겨난 일자리이다. 국가가 인건비를 지불하는 국가위탁사업의 종사자라는 점에서도 둘은 유사하다. 한 쪽은 젊은 여성들이 많고 다른 쪽은 중년여성들이 많지만 주로 여성이 하는 일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서비스 제공자가 국가이다 보니 시장논리보다는 국가재정 여력이나 기타 복잡한 제공자 논리가 작동하는 곳인데, 어쩌다 보니 임금과 처우가 가장 열악한 곳이 되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가장 영향을 받는 직종 중 하나가 보육시설일 것으로 필자는 추정한다. 물론 보육교사 직종도 '표준 호봉제 임금테이블'이라는 게 버젓이 돌아다니며, 여기에 따르면 최저임금과는 한참 동떨어진 수준으로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각 시설별로 가보면 이건 그냥 예시일 뿐이다. 아이들 보육료로 들어오는 돈은 한정돼 있는데 원장이 개인재산을 출연해 원을 운용하는 것도 아닌 바에는 그 수입 한도 내에서 종사자 모두가 임금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보육교사 월급은 원에 따라 상당한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곳에서 그 돈 가지고는 자기 한몸 먹고살기도 곤란한 수준으로 되어 있다. 고학력 전문성과 고노동강도를 요하는 직종에 이렇게 낮은 임금을 책정하는 것은 정말이지 사회정의에 맞지 않는 일로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두고자 한다. 막말로 이는 국가가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종사자가 주로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 대접을 한다고 보면 성차별도 하는 셈이다.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계속하다 보면 보육시설 경영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차라리 이참에 합리적인 보육비 산정을 서둘렀으면 한다. 해마다 보육비 단가싸움을 하느라 정작 돌봐야 할 아이들을 팽개치고 단체행동에 골몰해온 저간의 사정을 생각할 때 이는 참 시급한 일이다.
국가는 적정한 임금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어린이집은 아이들 돌보는 일에 전념하는 그 아름다운 그림이 올해는 첫 단추가 끼워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이 가을을 시작해본다.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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