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김동연의 혁신성장론 아직 유효한가

후보 시절 청문회서 지론 밝혀
소득주도 성장 성공하려면 소득·혁신 두바퀴로 굴러가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후보자 신분이었을 때의 일이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그는 '사람중심 투자' '공정경제'와 함께 '혁신성장'을 J노믹스의 3대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러자 유승민 의원(바른정당)이 "J노믹스 핵심은 소득주도 성장인데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하려면 혁신성장이 받쳐줘야 한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소득주도 성장은 소득과 임금을 올려 내수를 진작하는 수요측면의 요법"이라고 정의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혁신성장과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당시 김 후보자가 제시한 3대 정책방향 중 '사람중심 투자'와 '공정경제'는 소득주도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혁신성장은 이와는 다른 유전자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다 자신의 혁신성장론을 접목하려 했다. 그 이유는 혁신성장이 자신의 소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혁신성장은 유 의원의 소신이기도 하다. 시계를 지난 대선으로 되돌려 보면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경제분야 공약 핵심 모토로 제시한 것이 혁신성장이었다. 유 의원이 청문회장에서 김 후보자의 혁신성장에 대해 왜 되물었는지 그 속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소득주도 성장론을 내건 문재인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혁신성장을 언급하자 그것이 자신의 지론이었음을 환기시키려 했던 것 같다. 혁신성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적군 장수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을 법하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지만 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2000년대 들어 나타난 극심한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고, 기업은 이익이 늘어도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모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다. 기존의 경제학이 이런 난제에 대해 타당한 설명이나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소득주도 성장론은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대안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검증 안 된 이론이므로 실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검증이 안 됐기 때문에 실험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실험 자체가 아니라 정부가 여기에 '몰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가용재원의 대부분을 복지에 쏟아붓는 바람에 성장잠재력 확충에 필요한 연구개발(R&D)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대폭 깎였다. 신무기를 개발하면 충분한 실험을 통해 성능을 확인한 다음에 실전배치를 하는 것이 순리다. 소득주도 성장론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올인 베팅을 하기보다는 소득주도 분야의 실험을 하면서 혁신성장 분야에도 재원을 균형 있게 배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김 부총리와 유 의원이 인사청문회장에서 나눈 짧은 문답 안에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혁신성장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산업경쟁력 회복이나 미래 성장동력 확보 같은 시급한 현안을 뒷전에 제쳐놓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혁신성장은 구조개혁이나 규제완화,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한 질적 성장전략이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안에는 소득주도 성장만 보이고 혁신성장 의지가 안 보인다. 그래서 김 부총리에게 묻고 싶다.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는 소신은 아직도 유효한가.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