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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부패논란' 말레이 총리 만나..미얀마·북한 등 논의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3 15:13

수정 2019.08.22 13:3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형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를 백악관에서 반갑게 맞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나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 수사에 착수한 상태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라작 총리를 만나 대규모 투자를 약속받으면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나집 총리는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을 통해 35억 달러(약 3조94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돈은 귀금속과 부동산을 사는데 사용했으며 일부는 헐리우드 영화 판권을 사는데도 쓰였다. 자금세탁처로 활용된 미국은 17억 달러(약 1조9000억원) 상당의 미국 내 은닉자산에 대한 압류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달 관련자에 대한 형사수사를 개시한 상태다. 이번 만남에 하루 앞서 백악관은 "법무부 조사는 정치적이며, 내일 열릴 회담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캐비닛룸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진 나집 총리와의 기념사진 촬영에서 "우리는 매우 큰 규모의 무역 거래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며 "말레이시아는 미국에서 유가증권 형태로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집 총리도 보잉 여객기 및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제트엔진 구매 의사 등을 타진하며 "대단한 제의를 하러 왔다"고 화답했다.

이후 가진 비공개 회담에서 나집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박해받는 로힝야족과 관련해 미얀마와 그 지도자인 아웅산수치에 대한 압력 행사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 탄압에 대해 분노를 표현했으며, 미얀마를 압박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고 백악관 고위 간부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집 총리로부터 북한과의 교역 단절도 약속받았다.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프르는 북한이 핵 기술과 무기를 거래하는 중심지로 꼽혀왔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2월 쿠알라룸프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당하기도 했다.

나집 총리는 구매 및 투자 리스트를 달러가격 표시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나집총리는 보잉737 25대와 787드림라이너 8대를 국적항공기로 구매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말리에시아의 최대 연금기금이 30억~40억 달러 가량을 미국 인프라에 투자하기로 했으며, 또다른 말레이 국부펀드는 실리콘 밸리에 투자를 4억달러 늘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나 법적인 문제가 있는 지도자를 만날 때도 망설이지 않는 점을 주목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나집 총리를 뉴욕의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만나 골프를 치기도 했으며, 당시 찍은 기념사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총리에게'라는 글을 새겨 전달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적법한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범죄용의자 수천명을 사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4년 나집 총리와 하와이에서 골프를 치기도 했으나 나집 총리의 부정부패 혐의가 제기된 이후로는 지역 정상회담에서만 그를 만난 바 있다.
당시 나집 총리는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골프 초청을 또다시 얻어내지 못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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