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인사시스템 긴급진단]

"여야 협치 강화 등 인사청문회 검증시스템 개선책 마련 시급"

새 정부 출범 넉달만에 차관급 이상 8명 낙마…
靑, 인사자문위 설치 등 인사검증시스템 개편 시사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문재인정부 1기 내각 인선과정을 되짚어보면서 인사시스템 개선책을 시급히 미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넉달째 해법을 못 찾고 있는 인사청문회의 검증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래서 2기, 3기 내각에서는 인사검증 부실 논란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한다고 했다.

인사가 갈길 바쁜 현 정부 개혁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여소야대의 물리적 한계가 드러난 만큼 야당과의 협치구조 강화가 필요하다는 충고도 나왔다. 대선에서 나왔던 각당의 공통 공약을 우선 추진하고 야당과 대화와 협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추천위→인사자문위 논란은 거듭

청와대는 잇따른 인사논란에 지난 4일 인사자문위를 설치하는 등 인사검증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검증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 개선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대선시절 강조한 5대 원칙(논문표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병역비리, 위장전입)을 두고 집권 뒤 추천인사들이 청문회에서 줄줄이 원칙 위반으로 드러나면서 구성된 것이 인사추천위원회였다. 추천위 구성은 검증 부실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추천위 구성 뒤에도 인사난맥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추천받은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등 차관 이상급 인사들도 줄줄이 흠결이 드러나고 사퇴하면서다.

김이수 전 후보자는 도덕성보다는 현 정부의 정체성과도 배치되는 이념의 문제가 제기됐지만 여권은 별다른 흠결이 없다며 강행 의지를 밝혀왔다. 헌재소장의 장기 공백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김이수 후보자는 과거 5·18 당시 시위대를 태워줬다는 이유로 버스운전사에게 사형을 선고한 전력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이는 현 정부의 5·18 발포명령 책임자 재조사 문제와도 상충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이수 후보자 문제는 충분히 걸러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촛불민심을 바탕으로 집권했다는 자신감과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적폐 대상이라는 적폐청산 두 가지 명분을 바탕으로 누구를 추천해도 무사통과될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이 부른 참사"라고 했다.

현 정부의 인사검증 신뢰 부족 문제와 김이수 임명동의안이 결합되면서 본회의 표대결 패배라는 자충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노무현정부 초대 인사수석비서관을 지낸 정찬용 전 수석은 "노 전 대통령 때는 인사추천회의를 가동하고 인사수석에게 전권을 넘겼다. 개인의 인사가 아니라 인사시스템을 만든 것"이라면서 "이번에 인사조정회의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아주 잘된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성진·김명수까지 낙마하면 넉달 만에 8명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새 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차관급 이상 인사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을 비롯해 6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도 당장 거취를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까지 낙마할 경우 집권 넉달 만에 차관급 이상만 최대 8명까지 늘어나는 초유의 인사 참사 기록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나 여당 내에서도 하루빨리 인사난맥상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이미 집권 100일이 훨씬 지난 만큼 더 늦추지 말고 이 정도 수준에서 인사문제를 진화하고 나서야 한다"며 "인사문제 등에선 더 조심하고 통합의 행보를 보였어야 하는데 중도층에서 일부지만 지지했던 사람들이 회의론 속에 돌아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인사 해법 더 늦출 때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내각에 입성한 일부 장관은 야당으로부터 벌써 경질론이 나오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가적 안보위기 상황에서 전술핵 배치 문제로 정부여당과 엇박자를 낸 일로 야당에서 교체론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매번 인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내각 인사권도 국정철학과 맞고 여론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더 많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몇 명이 도덕성 흠결이 있었고 청와대가 검증에 실수를 했다만 집권 초기니 이해할 수 있지만 넉달 만에 벌써 6명이 낙마하고 2명도 도마에 올랐다"며 "거듭된 인사 논란은 결국은 대통령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검증라인이나 인사검증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종 인사권자가 일관된 인사원칙을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라도 협치 강화해야"

이번 김이수 후보자로 인한 여권의 내상은 생각보다 깊어 보인다. 본회의 표대결에서 패배한 것이 집권 이후 이번이 처음인 데다 앞으로도 야권 협조 없이는 법안 하나 처리가 불가능한 여소야대 의석분포 상황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치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문재인정부가 협치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김홍국 경기대 교수는 "정책연대 등을 통해 국정의 주요 파트너인 야당의 면과 명분을 세워주고 자신의 개혁 성과를 내는 것이 협치"라며 "지금이라도 연정 형식의 조각권을 2기 내각부터 야권에 일부를 주고 정책연대나 입법연대 등 다양한 흐름을 이어가서 현재의 물리적 상황을 타개하고 문재인표 개혁과제를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도 "대선에서 나왔던 각당의 공통 공약 위주로 개혁입법을 실천해 외연을 넓히고 협치의 틀을 마련해 현재의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는 인사에서 대통령 의중을 배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청와대 인사시스템 문제는 이번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반복됐다.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이면, 밑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제왕적 대통령제) 구조"라며 "왜 못 걸러냈느냐고 질책하기보다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도록 내각제 등으로 권려구조를 이번 기회에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