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허리케인 강타에도 연준 통화정책 고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3 17:58

수정 2017.09.13 17:58

2005년 카트리나 피해때도 한달 뒤 기준금리 인상 강행
하비.어마 피해 크지만 자산축소 등 계획 유지할 듯
허리케인 강타에도 연준 통화정책 고수

초대형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미국 남부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통화정책 궤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이하 현지시간) 전문가들의 예상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남부 지역 피해 복구에 몇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결국 옐런 의장의 통화정책 중립 기조는 별다른 변화 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준은 이전 재난에서도 같은 입장을 취한 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로 거품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늦어지면 월가에 엄청난 재앙이 닥칠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연준이 그동안 유지해온 저금리 정책으로 주식시장 가치가 역사적으로 매우 높아진 상태라는 주장이다.

연준은 과거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멕시코만을 휩쓸었지만 한 달뒤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이끌던 연준은 당시 경제적 영향이 심각하다면서도 이는 그러나 일시적인 영향에 불과하다며 금리를 끌어올렸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옐런 의장이 이번 허리케인을 대하는 태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고 있다.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미국 2위, 3위 인구 밀집지역인 텍사스와 플로리다주를 강타했지만 4조5000억달러 규모의 운용자산 축소와 추가 금리인상 기조는 이전처럼 밀고 나갈 것으로 이들은 예상하고 있다.

허리케인 충격은 우려대로 클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추산에 따르면 하비와 어마가 몰고온 경제적 피해 규모는 1500억~2000억달러에 이른다. 피해가 역대 최대 규모였던 카트리나와 맞먹는 수준이다. 성장률도 떨어져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포인트 잠식될 것으로 무디스는 추산했다. 골드만삭스는 성장률 잠식분을 0.8%로 보고 성장률 예상치를 2%로 하향조정했다.

반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재난 복구 과정에서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만 일대의 정유공장 가동이 중단돼 휘발유를 포함한 석유제품 가격이 뛸 수밖에 없는데다 자동차부터 가재도구, 생활필수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지난주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지적했듯이 '불행히도' 재난 복구 과정에서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 역시 높다.

다만 이후 경제지표에는 허리케인 충격에 따른 거품이 낄 것이어서 연준으로서도 지표만으로 경제상황을 판가름할 수 없고, 이에따라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전망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는 "허리케인은 통화정책에 어떤 실질적인 충격도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난에도 불구하고 옐런 의장이 통화정책 중립 전환 추세는 이어가되 인플레이션, 성장률이 모두 높아진다고 해도 긴축 고삐를 더 죄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JP모간 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는 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예정대로 운용자산 축소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연내 추가 금리인상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페롤리는 12월까지는 추가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면서 옐런 의장이 허리케인 충격 여파를 지켜보면서 그 때 가서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는 현재 미국 증시는 매우 고평가됐고, 금리 인상이 계속 늦어지면 거품 붕괴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이거매니지먼트 회장인 줄리언 로버트슨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CNBC방송과 금융전문지 인스티투셔널인베스터가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준의 통화정책 위험성을 우려했다. 지난 1990년대말 정보통신 종목 거품을 정확해 예측해 주목받았던 로버트슨은 미 정부의 세제개혁과 미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둔 현금 이전을 위한 낮은 세율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는 현재 금리는 낮고 인상 속도도 느리다며 "현재로선 자금의 실질 경쟁상대가 예술품과 부동산외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날 미국 증시는 다우존스지수와 S&P500, 나스닥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3개 지수 모두 지난 7월26일이후 처음으로 동시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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