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최저임금, 이러다 무상보육 꼴 날라

앞뒤 안재고 강행 닮은꼴, 또 편법으로 땜질하려나

최저임금 정책이 덜컥거리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 지원은 한시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지원하다 중간에 끊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김 부총리는 "그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1년 해보고 속도 조절을 해야 할지, 더 가야 할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정해졌다. 두자릿수 인상은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힘들다. 그래서 정부는 16.4% 가운데 9% 인상분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 돈이 내년에만 3조원이다.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린다는 공약을 지키려면 해마다 수조원이 들어가야 할 판이다. 애당초 지속 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다.

새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은 재원대책 없이 밀어붙인 무상보육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수년간 정치권은 2조원대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누가 댈지를 놓고 지루한 소모전을 벌였다. 박근혜정부는 지방교육청에 미뤘고, 교육청은 중앙정부가 대라고 반발했다. 공방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전액 국고지원으로 방침을 정하면서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재정이 이를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덜컥 올린 최저임금은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언필칭 일자리정부에서 일자리가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자칫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근로자끼리 일자리를 놓고 다투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또 다수의 선량한 영세상인을 범법자로 내몰 수 있다.

1년 뒤 대책을 강구하면 늦다. 그러다간 온갖 편법이 난무한 무상보육예산 꼴이 나기 십상이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13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역.업종별 특성을 감안해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전남 어촌과 서울에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현장을 아는 장관의 말이니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산입범위, 예컨대 상여금이나 숙식.교통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킬지 말지도 뚜렷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는 최저임금 정책을 연착륙으로 이끄는 최소한의 조치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전략을 상징하는 1호 정책이다.
간판정책을 성공시키려면 부단히 손질해야 한다. 한번 준 돈을 빼앗긴 힘들다. 당장 후년(2019년)부터 정부 지원을 끊으면 그 빈자리는 누가 메울 텐가. 지원이 '한시적'이라고 말만 하지 말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