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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도 10년 만에 금리인상 시사.. 美·EU 이어 英도 ‘양적완화 카드’ 버렸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5 17:20

수정 2017.09.15 17:20

英, 기업위축으로 생산둔화.. 인플레이션 상승 고민
美·EU, 통화정책 전환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유도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이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11월 금리인상 얘기도 나온다.

투자 부진으로 성장잠재력이 낮아지는 바람에 앞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결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BOE는 판단했다.

미국, 유럽, 영국 모두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에서 중립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다만 경제가 탄력을 받고 있는 미, 유럽과 달리 영국은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낮은 성장률로 고민하게 됐다.

14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BOE는 이날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를 마친 뒤 이같이 밝혔다.


9인 위원회는 7대2로 기준금리를 0.25%로 묶기로 결정했지만 무게 중심은 향후 금리인상으로 기울었다. 동결에 반대한 2명은 이날 즉각적인 금리인상을 요구했다.

BOE는 약 10년만에 처음이 될 금리인상이 "앞으로 수개월 안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BOE가 금리인상으로 기운 것은 이전까지 유지했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접은데 따른 것이다.

당초 BOE는 인플레이션 오름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금리를 계속해서 동결했지만 최근 경제와 인플레이션 흐름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판단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BOE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생산 둔화에 따른 인플레이션이다.

지난해 6월 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렵연합(EU) 탈퇴) 국민투표 가결로 불투명해진 영국의 향후 전망이 기업투자를 위축시켰고, 이것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내성을 약화시켰다는 판단으로 돌아섰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지난달 낮은 투자와 생산성 저하로 말미암아 영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훼손됐다면서 이같은 공급측면의 위축은 조만간 금리인상이 뒤따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이날 MPC는 카니 총재의 이같은 우려를 확인했다.

MPC는 영국 경제가 비록 완만하기는 하지만 예상보다 소폭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그동안 인플레이션 압력을 차단하던 노동시장의 수급 틈새가 최근 수개월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메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가 성장 속도는 더디지만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간다고 하면 물가상승률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카니 총재는 MP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려면 앞으로 몇달 안에 금리에 일정한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통계청(ONS)이 1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상승률이 전년동월비 2.9%로 2012년 4월 이후 5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홀링스워스 애널리스트는 이르면 11월에 금리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리인상 전망으로 파운드화는 급등했다.

달러에 대해 1.43%, 유로에 대해 1.17% 급등해 각각 1.3399달러, 1.1245유로에 거래됐다.

10년만기 영국 국채 수익률도 MPC 발표 이전 1.13%에서 발표 뒤 곧장 1.18%로 뛰었다.

한편 영국이 금리인상 기조로 무게 중심을 이동함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 서구 3개 주요 중앙은행이 일제히 통화정책 무게 중심을 '완화'에서 '중립'으로 전환할 채비를 갖추게 됐다.

다만 속사정은 서로 다르다.

미국과 유럽은 인플레이션이 좀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수께끼'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경제성장이 탄력을 받고 있어 더 이상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는 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반면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저조한 투자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고, 파운드화 약세 속에 수입물가가 뛰면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미국과 유럽과는 정 반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성장률은 이전만 못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인상으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1년 전의 브렉시트 결정이 영국 경제를 구조적으로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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