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커플앱, 위치추적에 문자·통화 검열까지.. 사생활 침해 논란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8 16:00

수정 2017.09.18 16:00

'오빠믿지'의 종결자로 홍보 중인 앱 'OO각서'는 사진에 나온 것처럼 연인 간의 위치 추적은 물론 문자, 통화목록 검열도 가능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오빠믿지'의 종결자로 홍보 중인 앱 'OO각서'는 사진에 나온 것처럼 연인 간의 위치 추적은 물론 문자, 통화목록 검열도 가능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0년 ‘오빠믿지’라는 이름의 애플리케이션이 나오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오빠믿지’는 스마트폰의 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부부 혹은 연인간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메시지도 보낼 수 있는 앱으로, 출시 당시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경찰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앱 개발자를 입건,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이와 유사한 앱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제기됐다. 심지어 해당 앱은 ‘오빠믿지’보다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위치추적은 기본.. 문자·통화 확인 가능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OO각서’는 ‘오빠믿지’의 종결자라고 홍보할 만큼 ‘오빠믿지’보다 한 단계 발전한 형태의 앱이다. 각자 휴대폰에 앱을 설치, 가입한 뒤 상대방의 아이디만 서로 입력하면 커플로 맺어진다. 이후 라이트기능 모드의 경우 앱을 통해 서로의 현재 위치는 물론, 하루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으며 특정 지역에 범위를 설정한 뒤 상대방이 그 곳을 벗어나면 알람이 온다.

라이트기능 모드가 단순 위치 추적이라면 풀기능 모드에서는 상대방이 ‘오빠’ ‘사랑해’ 등 지정한 단어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수신·발신시 이 내용을 알 수 있다. 만약 ‘ㅋㅋ’ ‘ㅎㅎ’ 등 자주 쓰는 자음을 지정 단어로 설정하면 상대방의 웬만한 대화 내용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3분 이상 통화할 경우 대화를 나눈 사람의 전화번호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상대방 스마트폰에서 주변 소리를 1분 동안 녹음해 들려주는 기능도 있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은 사생활 침해 문제에 우려를 나타냈다. 누군가 몰래 또는 강요에 의해 이 앱을 설치하면 원치 않는 감시를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신체포기각서 같다” “OO각서 때문에 전 남친과 많이 싸웠다” 등의 글들이 SNS에는 잇따라 올라왔다. 하지만 해당 앱은 현재까지 다운로드수 100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방통위 “개선권고 예정”.. “연인 관계에도 악영향”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앱이 개인정보 취급방침 등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 해당 앱을 운영하는 업체에 개선 권고를 지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당 앱에서 개인정보 처리방침 공개 미흡, 제3자 동의를 구분하지 않은 것, 위치정보이용 제공사실 확인자료의 보유근거 및 보유기관을 명시하지 않은 것 등 문제가 되는 부분을 발견, 곧 개선 권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관계자는 “사용자가 개인의 위치정보 등을 공유할 때는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업체가 위치정보 등을 외부에 몰래 팔 수도 있어 이런 개인정보를 함부로 공유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앱 설치를 통해 연인의 개인정보 등을 공유하려는 현상을 진화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고 이 같은 집착은 관계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과거 사냥을 하는 사이 식량을 남한테 뺏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면 현대사회에서는 남녀간 연인이 된 뒤 상대방의 모든 것을 갖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은 내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의심을 하는 것”이라며 “사람은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면 오히려 싸움이 발생한다.
부부 간에도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고 상대방의 모든 걸 알려고 하는 것은 서로의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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