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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일자리 창출 가로막는 '졸속행정'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8 16:59

수정 2017.09.18 16:59

[차장칼럼] 일자리 창출 가로막는 '졸속행정'

유통업계에 과거 면세점 특허 만료 때와 같은 대규모 실직 악몽이 재연될 조짐이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근무하는 3000여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근무하는 700여명의 직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 말 점용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민자역사 내 유통시설 3곳에 대해 1∼2년 임시사용허가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임시사용허가 기간이 끝나는 1∼2년 뒤 사업권 재입찰을 시행할 경우 관련법에 규정된 재임대 불가 등의 조건으로 백화점이나 마트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현 제도상으로는 역사에 입점해 있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직원 3700여명은 당장 2년 이내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특히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전체 롯데백화점 매장 가운데 매출 순위가 4위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 매장으로 상시근무 인원은 3000명 정도지만 물류와 제조 등 관련산업의 고용유발 효과까지 더하면 약 6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역점도 전국 롯데마트 중 매출 1~2위를 다투는 점포로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대형 점포로 꼽힌다.

과거 면세점 특허권 만료 과정에서도 롯데면세점, SK면세점의 특허가 취소되자 수천명의 면세점 직원이 이직하거나 휴직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일부 면세점 직원은 자발적으로 국회 앞에서 관세청의 졸속행정에 대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민자역사 정책도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허가기간 만료일을 불과 3개월 앞두고 국가귀속 유예 방침을 최종 결정했다. 수년 전부터 민자역사 점용허가 기간 만료 이후 처리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는데 뒤늦게 국가귀속 유예 방침을 최종 결정하면서 혼란을 야기한 것이다. 최소한 사업자들이 영업지속 여부를 미리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상식인데도 개인 간 거래에서도 벌어지지 않을 비상식적인 일을 국가가 저질렀다.

무엇보다 현 정부는 스스로 '일자리정부'라며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형쇼핑몰로의 주말휴무제 확대, 대형유통업체 출점규제 민자역사 국가귀속 등 일자리 창출과는 배치되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사드 리스크'로 고통받고 있는 유통업계에 '거버먼트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일자리 창출은커녕 일자리 유지도 어렵게 됐다.
본디 유통업체들은 업태 특성상 고용이 많이 창출되는 업종이다. 롯데월드타워는 5만명, 스타필드 고양도 32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거버먼트 리스크'야말로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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