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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신현확의 증언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1 03:01

수정 2017.09.21 03:01

신현확의 증언
신철식/ 메디치미디어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관통해온 역사의 산증인 신현확 전 국무총리의 소회가 담긴 증언록이 나왔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그는 한국 현대사를 말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최연소 부흥부장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입안자로 이승만·박정희 정부 하에서 권력의 핵심이었던 그는 지금의 이른바 '대구경북(TK) 인맥'의 원류기도 하다. 그는 1공화국부터 6공화국 초기까지 국무총리, 장관 등을 역임하며, 현대사 곳곳에 많은 흔적을 남겼다.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대한민국 역사 70년의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는 표현은 지나친 말이 아니다.

특히 이 책은 그의 사후 10년만에 공개되는 육성이 담긴 최초의 증언록이다.
현대사의 중심에 섰던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겠지만 공과(功過)가 함께 있는 만큼 그는 생전에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내려하지 않았지만 아들인 저자의 꾸준한 설득에 구술 기록을 남겼다. 아버지인 신현확이 말하고 아들 신철식이 자신의 시각을 담아 정리한 '아버지의 증언록'인 셈이다.

이 책에는 신현확의 어린 시절부터 일제강점기 고등문관시험 합격과 일본 본토에서의 관료 생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이승만 정부를 거쳐 박정희 정부에 이르기까지의 관료 생활, 10·26 이후부터 5·18 이전까지 국무총리으로써의 소회, 퇴임 이후 국가 원로로서의 역할까지 그의 삶 전체가 담겼다.

그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상공부 공업국 공정과장으로 발탁돼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상공부 국장을 거쳐 최연소의 나이로 부흥부장관에 임명된다. 3공화국에서 보건사회부장관으로 국내에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했고,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시절에는 경제안정화 정책을 실시하는 등 박정희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원안을 만들며 한국 경제정책을 설계한 이이기도 하다. 공직 생활을 마무리 한 이후, 1980년대 후반에는 제일산업과 삼성물산 회장을 역임했다.

그간 잘못 알려졌거나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들도 언급됐다. 12·12에서 '서울의 봄'에 이르는 5개월 동안 '3김'이 가장 견제했던 인물이 전두환이 아니라 신현확이었다는 점, 최규하 대통령이 군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고 오해해 사퇴 요청을 거부하였다는 점, 노태우 대통령에게 직선제 개헌과 3당 합당을 전제로 한 내각제 개헌을 제안한 이가 신현확이었다는 점 등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난 사실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더라도 이는 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증언으로, 진영 논리를 떠나 사료로 충분한 가치가 있을 듯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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