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불량국가" "惡" 비난 쏟아낸 트럼프.. 자국 언론마저 "깡패두목 같다" 비판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0 17:21

수정 2017.09.20 17: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불량국가" "악(evil)" "완전 파괴" 등의 수위 높은 발언을 하자 미국 정치권과 외신, 회원국들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평화를 장려해야 하는 유엔 주요 행사에서 전쟁을 시사하는 강경발언 자체가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완전 파괴' 발언은 핵무기든, 재래식 수단이든 간에 북한 전체를 쓸어버리겠다는 전례 없는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며 "이는 엄청난 표현으로 백악관이 해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WP는 다른 기사에서 "미국 대통령의 말이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깡패 두목(a mob boss)처럼 들린 연설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 파괴' 발언을 할 때 총회장에 있던 각국 외교관들이 매우 당황해했다"고 전했다.

다이앤 페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주)은 "유엔의 목표는 평화 무드를 강화하고 글로벌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목적으로 유엔 무대를 잘못 활용했다"고 비난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과 동떨어진 파렴치하고 무지한 주장을 늘어놨다"면서 "중세시대에나 볼 수 있는 편가르기식 '증오발언(hate speech)이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무장관은 "우리는 (유엔에서) 다른 나라를 때려부순다는 식의 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긴장상황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지도를 보라. 군사적 해결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자는 얘기를 하는 거나 다름없다"면서 "평화로운 상황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이 지역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 군사옵션을 자주 거론하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직접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군사적 해법은 피해야 한다"면서 "특히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매우 의존적이기 때문에 두 나라를 통해 압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BBC방송은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지칭한 트럼프의 연설은 전례 없이 파격적이거나 최소한 총회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발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신문인 중국일보는 사설에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D.P.R.K)을 전멸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 발언은 이미 불안정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의원들과 보수파들은 트럼프의 초강경 발언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존 볼튼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임 중인 대통령 입장에서 최상의 연설을 했다고 본다"면서 "유엔 역사상 다른 회원국의 용인 불가능한 행동에 대해 이보다 솔직한 비난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정도는 도를 넘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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