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청탁금지법 대상 형평성 어긋나.. 의료 등 공공성 있는 분야 빠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0 17:39

수정 2017.09.20 17:39

시행 1주년 심포지엄
사전에 보완책 없이 시행.. 부정청탁 사유도 모호해 외식.화훼 타격 근거 부족
업계는 "폐업 속출" 반발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청탁금지법연구회가 20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개최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법적 과제와 주요 쟁점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운데)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진석 기자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청탁금지법연구회가 20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개최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법적 과제와 주요 쟁점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운데)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진석 기자

지난해 9월 28일 끊이지 않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고 청렴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국민 다수가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법제도 도입이 빠르게 이뤄져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는 만큼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와 청탁금지법연구회(회장 신봉기)는 20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김영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청탁금지법 시행 1년, 법적 과제와 주요 쟁점에 관한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열었다.

■"청탁금지법 적용대상 분류 형평성 어긋나"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청탁금지법은 시행 전 철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도 특별한 보완책 없이 제정·시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원장은 우선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인 공적 업무 종사자에 대한 분류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을 국공립 학교 임직원과 사립학교 관계자의 동일 업무로 본다면 '의료행위'도 민간의료기관의 임직원과 국공립 의료기관의 임직원이 모두 동일하게 수행하는 업무로 봐야 한다"며 "그러나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 교육이 포함된 것과 달리 의료법이나 약사법상 의료행위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으로 부정부패를 처벌할 정도로 공공성이 강조된 민간영역의 직군인 '금융 및 보험' '건설' '변호사' 등도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특히 부정청탁 요건을 명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부정청탁 사유는 내용이 광범위하고 모호해 국민 입장에서 법령 위반 여부를 사전에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홍승진 법무법인 광장 입법컨설팅팀장(뉴욕주변호사.전 법제처 법제관)

는 "법률 공포 이후 실제 시행까지 1년6개월의 시간이 있었다"며 "이렇게 중요한 제정법률 시행을 앞두고 법의 적용대상자나 이해관계자가 정확한 규제 내용을 확인하고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의 가액기준에 대한 논란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면서 정작 법 시행에 필요한 '직무관련성'의 구체적인 의미와 같은 쟁점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부여되지 못했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관계부처 합동 청탁금지법 해석지원 태스크포스(TF)' 등을 활용해 논란이 있는 쟁점에 대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관련업종 피해, 전문가.사업주 간 견해차 뚜렷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피해를 본 특정산업의 대처방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종사자 간 시각차가 뚜렷했다.


길준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시행 이후 내·외부적 요인이 영향을 미쳐 영업상 수입감소로 외식업.화훼업, 농림수산업에서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면서도 "한국행정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다수는 청탁금지법 시행을 지지하고 업종별 문제점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도 "외식업이나 한우 및 화훼산업이 직접적으로 청탁금지법상 금품수수 제한으로 매출에 타격이 있는지 연관성이 부족하다"며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법 집행을 완화시킨다는 것은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상섭 한국화훼협회장은 "내수시장의 소비침체와 관련 규제 등으로 위축된 화훼시장은 김영란법에서 제한한 경조사비에서 꽃(화환)이 포함됨에 따라 확실히 몰락하기 시작했다"며 "공무원들은 직무관련성 및 허용가액과 상관없이 문제 소지가 발생할 것을 두려워해 무조건 되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아 꽃집 매출은 40% 이상 하락했고 폐업이 속출하는 실정"이라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