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포르투갈 신용등급 오르자 국채 수요 급증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0 17:45

수정 2017.09.20 17:45

S&P ‘BBB-’로 상향조정 투자등급으로 한단계 상승
【 서울.뉴욕=송경재 기자 정지원 특파원】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주변부 국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주말 장 마감 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포르투갈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으로 격상한데 따른 효과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조만간 채권매입 축소(테이퍼)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포르투갈 국채가 이미 투자등급 수준에서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일(이하 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최근 포르투갈 국채에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 채권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덕분에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분트) 10년물 수익률과 이들 국채 수익률간 격차인 스프레드는 크게 좁혀졌다.


10년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분트와 포르투갈의 스프레드는 대략 2.08%포인트(208BP)로 좁혀졌다. 분트와 아일랜드 10년물 국채간 스프레드는 0.29%포인트(29BP)까지 떨어졌다. 유로존 채무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분트와 스프레드가 10%포인트(1000BP)를 훌쩍 넘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유로존 주변부 국채 수익률 하락은 15일 S&P의 발표가 촉발했다. S&P는 15일 장 마감 뒤 포르투갈 국가 신용등급을 한 계단 높은 'BBB-'로 상향조정했다. 투자등급으로 복귀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들 국채 상승세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등급 상향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는게 주된 이유다.

라보뱅크의 금리전략 책임자인 리처드 맥과이어는 기술적으로 최근 포르투갈 국채 가격 급등세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S&P가 포르투갈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으로 격상한데 따른 '기술적으로 긍정적인 충격'은 결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맥과이어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메모에서 "포르투갈은 (또 다른 신용평가업체인) DBRS에서 이미 투자등급을 받은 상태였다"면서 "이는 포르투갈 국채가 벌써부터 ECB의 국채 매입 대상에 포함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S&P의 등급 상향만으로는 상승동력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맥과이어는 "S&P의 등급 상향이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채권 등급은 통상 3대 신용평가사(S&P, 무디스, 피치)가 매긴 등급 평균 또는 중간 등급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ECB가 테이퍼 정책 구상을 밝힐 것이란 점도 이날 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려운 이유로 제시됐다. 맥과이어는 "ECB가 내년 1월부터 양적완화(QE)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는 포르투갈 국채가 투자등급에 포함된 것과 똑같은 정도의 충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등급 상향 같은 호재는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는 반면 테이퍼에 따른 잠재적 하강 요인은 아직 완전히 가격에 반영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테이퍼가 시행되더라도 ECB가 미세조정을 통해 시장 충격을 일부 흡수할테고, 유로존 경제가 호전되고 있어 급격한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 잭 앨런은 "ECB가 내년에 테이퍼를 시작하더라도 회사채 수익률 상승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 "중요한 것은 경제가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는 "피치와 무디스도 S&P 뒤를 이어 포르투갈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것으로 투자자들은 보고 있다"며 포르투갈 국채에 대한 투자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FT는 "피치와 무디스 결정은 포르투갈이 유럽 주류 경제 구성원으로 다시 복귀하느냐를 놓고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dympn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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