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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는 긴축의 다른 방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1 09:28

수정 2017.09.21 11:58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방대한 액수의 미국 국채(TB)와 주택대출담보부증권(MBS)을 매입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재난의 벼랑 끝에서 건져 올렸다.

양적완화(QE)로 알려진 그 구조(救助)는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연준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은 전례 없이 큰 규모인 4조5000억 달러로 불어났다.

연준은 2014년 채권매입을 중단했지만, 불어난 대차대조표를 덜어내는 작업을 미국 경제가 양호하고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비돼 있다고 판단될 때까지 의도적으로 삼가 왔다. 그랬던 연준이 이제 대차대조표 줄일 때가 왔다고 보고 10월 그 작업을 개시키로 했다.

◆ 연준 채권매입의 영향

연준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 4조5000억 달러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근 4분의 1에 해당한다. TB와 MBS 수익률을 낮춤으로써((채권 가격 상승), 연준은 미국정부가 예산적자를 TB 발행을 통해 메우는 비용을 덜 들이게, 주택 구입자들이 대출을 일으키는 것을 더 쉽게 만들었다.
연준은 미국 달러로 돈을 빌리는 중국과 여타 신흥시장 국가 기업들의 차입 비용을 낮춰 주었다.연준의 채권매입은 TB 가격을 올려 투자자들이 대신 주식을 사도록 권장했다. 이런 식으로 연준은 2009년 이래 주식 가격의 대폭 상승에 연료를 제공했다.

◆ 긴축의 다른 방식

대차대조표 축소는 긴축의 다른 방식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것이 단기금리 인상보다 심지어 더 큰 영향을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연준이 경제와 금융시장을 위한 중요한 버팀목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어서 이에 따른 우려가 만만찮다.

◆ 사상초유의 실험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는 이전에 없었던 사상 초유의 실험이다. 그래서 투자자들과 차입자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섣불리 예상하지 못한다. 2013년 5월 당시 연준 의장 벤 버냉키가 연준이 채권매입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자 금융시장이 경기(驚氣)를 일으켰다. 금융시장에서는 그 현상을 ‘긴축 발작’이라는 신조어로 불렀다. 그에 이은 장기금리 인상은 미국 주택산업과 신흥시장을 강타했다. “채권을 덜 사들이겠다”가 아니라 “가진 채권을 줄이겠다”고 연준이 나섰으니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 위험을 알면서도 단행하는 자산축소

일부 연준 관리들은 연준의 대규모 채권보유가 금융시장의 왜곡을 초래해 투자자들이 정상보다 더 많은 리스크를 떠안도록 한다고 우려해 왔다.
연준이 MBS를 보유함으로써 경제의 여타 부문들에 비해 주택산업을 선호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이유 외에 정치적 압력이 더 연준을 더 많이 움직였다.
미국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규모 예산적자를 끌고 가는 것을 쉽게 해 주려고 연준이 QE를 동원한다고 비판해 왔다.

scottnearing@fnnews.com 송철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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