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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연설]'평화메시지'던진 文대통령, 한반도 감싼 '뫼비우스 띠' 타개할까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1 23:00

수정 2017.09.22 00:06

文대통령 21일(현지시간)유엔총회 기조연설...'평화' 32번, '북한'17번 언급
北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초청..커지는 북핵리스크 차단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욕(미국)=조은효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21일 오전(현지시간)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평화'였다.

총 15분 분량의 연설에선 무려 32번이나 '평화'가 언급됐다. 평화에 이어선 '북한'이 17번 나왔다.

문 대통령은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에 대한 강도높은 제재와 압박이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까지 용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위해서다.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라는 대목이나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정치적 해결 원칙'을 적시한 것"이란 발언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이는 지난 19일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유엔총회연설]'평화메시지'던진 文대통령, 한반도 감싼 '뫼비우스 띠' 타개할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직후 청와대가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최대한도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 역시 북핵리스크에 민감해진 금융·경제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미국의 무력사용을 기정사실화하는 오류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대북 무력사용 발언의 진의를 떠나 이 문제가 한국에 드리운 부정적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3박5일간의 뉴욕방문 기간 국제사회의 '북핵 리스크'에 대한 민감성과 불안감을 뼈저리게 체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만난 일부 정상 중엔 한반도 안보상황을 거론하며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되도 되겠느냐"고 언급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북한이 평창에 선수단을 파견한다면 더욱더 안전한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와일드 카드'(북한의 올림픽 참가 출전권)를 쥐고 있는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을 설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앞서 전날 문 대통령이 직접 해외투자자들과 질의응답에 나선 한국경제설명회(IR)에서도, 길게는 수십년 한국시장에 투자해 온 투자자들조차 북한 리스크에 대해 "이번엔 좀 다른 것 같다", "서울과 워싱턴의 소통이 어느정도 되느냐"며 의구심을 내비쳤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무디스 뉴욕본사를 방문해 무디스 최고위급인 리차드 켄터 부회장 등을 만난데 이어 S&P를 찾은 것 역시 시장의 북핵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 리스크가 종전과 달리 경제·스포츠 등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어 이를 막는게 급선무로 떠오른 것이다.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공식요청한 것은 한반도 긴장상황을 관리하고, 나아가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인 셈이다. 하지만 북.미 협상 개시를 목표로 모든 전력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이 평창올림픽 초청에 호응할지가 관건이다.

북한 스포츠계의 핵심인사인 장웅 북한 IOC위원은 지난 6월 서울 방문 당시,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뜻은 전달하겠는데, 거기에 대해선 내가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거나 건의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끝을 흐렸으나 이달 외신과의 인터뷰에선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는 입장을 제시한 상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이란 원칙, 이를 위한 한반도 문제 발언권 확보, 그 수단이 될 한·미동맹 강화문제와 또 다시 이어지는 미국의 군사적 옵션 발언들이란 일련의 '뫼비우스의 띠'같은 상황을 타개할 묘안이 될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사람'을 10번이나 언급하며, '사람중심 경제' 등 한국경제의 새 경제 패러다임을 국제사회에 설명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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