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추석 맞은 체불 근로자 22만명 "우리는 어떡합니까"...처벌은 미약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3 08:50

수정 2017.10.03 08:50


2017년 1~8월 체불임금
지역 구분 신고 계 처리 계 지도해결 사법처리 처리중
전체 근로자수 218,538 205,357 134,592 70,765 13,181
체불금액 890,965 811,897 436,010 375,887 79,068
(고용노동부)

10일간 연휴를 즐길 수 있는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고도 인천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해온 일용직 근로자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이들 100여명은 지난 7~8월 임금을 받지 못했다. 건설시행사인 원청업체와 계약한 시공사 B건설 대표가 최근 도산을 이유로 임금을 안 주고 잠적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 B건설의 재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근로자들은 원청에 임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들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임금체불 근로자가 수십만명임에도 여전히 처벌은 미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임금체불자 22만명에 체불액 9000억원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 전국 체불임금액은 8910억원 상당, 피해 근로자는 21만90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9471억원 상당, 21만4000여명과 비교해 금액은 5.9% 줄었지만 근로자 수는 2.1% 늘었다. 제조업 체불액이 3295억원 상당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건설업 1489억원, 도소매와 음식, 숙박업 1252억원, 금융보험과 부동산, 서비스업 950억원, 운수창고, 통신업 744억원 순이다.

광역 시도별로는 경기, 서울, 경남, 경북, 부산 순으로 임금체불 액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지역 체불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 1741억원 대비 10% 증가한 1931억원으로 집계됐다. 피해 근로자 수도 4만9267명으로 작년 대비 21.7% 늘었다. 고용부는 지난해부터 심해진 경남과 울산 조선업종 경영 악화와 구조조정 영향으로 보고 있다. 전국 체불액 현황을 보면 3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의 68.9%를 차지해 소규모 영세 기업의 체불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지도 해결된 금액은 절반에 못 미치는 4360억원”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열악한 지위에 있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계 달린 문제인데 솜방망이 처벌
임금체불은 피해 근로자에게 생계가 달린 문제임에도 여전히 사업주 처벌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감독으로 적발된 임금체불 사업장 수는 2014년 5044곳이었으나 지난해 9482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피해 근로자 수를 기준 사법 처리 비율은 전체 3분의 1 정도에 그쳤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해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는데, 기소건수 대비 실형 선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벌금액도 체불임금액의 절반 미만으로 선고되는 경우가 90% 이상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체불임금 청산보다 형사처벌을 받는 게 금전적으로 이익인 상황이다. 최근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박정수 판사는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4)에게 징역 10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 같은 실형은 매우 드문 사례로 김씨가 근로기준법을 여러 차례 위반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임금체불에 대한 처벌 강도가 약하다는 목소리는 근로감독관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부산청·울산지청 근로감독관 간담회에서 한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은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히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때에는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악용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반의사불벌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상습체불이 늘어났고 업무강도도 세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임금체불에 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임금체불 사업주도 세급 체납과 같이 번호판 압수, 재산압류 등 다양한 강경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국세청과 협의하겠다"고 답해 향후 정부가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