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오늘 오프하자"...성매매·음란물 판쳐도 제재 못하는 '텀블러'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5 09:17

수정 2017.10.05 09:17

"야외플(야외에서 갖는 성관계) 후기 인증. 한적한 골목길이 보였다. 사람도 잘 안 다니고."
마이크로블로그 겸 소셜네트워킹 웹사이트 텀블러(Tumblr)의 한 계정 운영자는 이 같은 글을 올리면서 한 여성과 골목에서 성관계하는 사진 3장을 첨부했다. 해당 계정 운영자 블로그에는 몰래 촬영한 여성 속옷, 직접 찍은 남녀 성기사진, 여성 상반신 노출 동영상 등이 적나라하게 올라와 있다.

5일 관련 당국에 따르면 텀블러 계정 운영자들이 음란물을 게시하고 성매매를 하고 있지만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분간 텀블러를 통한 음란물 유포와 성매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텀블러는 '대시보드' 공간에 사진이나 글을 게시하고 공유하는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현재 야후가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한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이메일 간편인증 가입과 익명성 보장 등의 특성 때문에 최근 텀블러는 국내에서 성매매와 음란물 유통지로 급부상했다.

계정 운영자들이 게시하는 음란물은 대부분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GIF 애니메이션 영상이나 1~3분 길이의 짧은 동영상이다. 이 중에는 자위를 하거나 실제 성관계를 갖는 영상도 있다. 이 같은 음란물이 자유롭게 게시되자 텀블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가장 많은 시정요구를 받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에 따르면 방심위가 지난 3년(2015~2017년 6월)간 시정을 요구한 16만 2793건 게시글 중 텀블러발 게시글은 절반에 가까운 48.7%(7만 9425건)에 달했다.

성매매를 조장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도 이뤄진다. 현재 텀블러에서 '오프(직접 만남)'를 검색하면 '오늘 오프할 사람' '오프 조건' 등과 같은 글이 게시돼 있다. 자신의 나체 사진이나 동영상도 떡 하니 올라와 있다.

음란물과 성매매 알선글이 중구난방으로 올라오고 있지만 방심위는 당장 효과적으로 제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지 않은 해외 사업자들의 경우 자율적으로 규제하도록 설득하는 방법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어서다.

그간 방심위는 불법정보에 대해 자율규제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직접 삭제하거나 관리하도록 하는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해당 시스템에는 국내법에 적용받는 국내 인터넷사업자를 포함,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 인터넷사업자가 다수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텀블러는 자율심의협력시스템 참여에 대해 거절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민의당 최명길(송파을) 국회의원에 따르면 2016년 8월 방심위가 텀블러 측에 "성적으로 노골적인 동영상이 많이 업로드 되고 있다.
불법 콘텐츠에 대한 대응에 협력을 요청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에 텀블러 측은 "텀블러는 미국 법률에 의해 규제되는 미국 회사"라며 "회사가 대한민국에 실질적으로 있지 않으며 관할권이나 법률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만 답했다.


방심위는 "해외사업자에게 직접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경우 망 사업자에게 접속차단을 요청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접속차단이 안 되기도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불법 정보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해외 사업자들을 설득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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