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 이제 그만]

졸음운전 방지장치, 예산확보 어려워 도입 현실화 미지수

(2) 갈길 먼 졸음운전 방지 장치
심장박동.눈꺼풀 확인하는 졸음방지장치' 시범 운영
교통안전공단, 책정 예산 없어.. 상용화 여부 아직도 '논의
'7518억 교통범칙금.과태료, 17조 교통시설특별회계 등 교통안전 예산으로 활용해야

#1. 심야 고속버스를 운전하는 기사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기사를 비추던 카메라 렌즈는 빠르게 눈의 개폐(開閉) 상태 판단에 돌입했다. 눈이 수초 이상 감기자 경보가 울렸고, 그래도 깨지 않자 결국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해 버스는 멈춰 섰다. 일본에서 사용 중인 졸음방지장치다.

#2. 오사카에 차고지를 두고 전국을 운행하는 한 고속버스 업체는 지난해 7월 운행 중인 전 차량 190대에 졸음운전 감지센서를 도입했다. 운전자 귓불에 부착하는 감지센서가 맥박의 변화를 통해 졸음운전 여부를 감지하면 경보를 울려 경고와 주의를 환기한다. 일본 후지쓰사가 지난해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필리듬'(FEELythm)으로, 가격은 약 30만원에 불과하다.

껌과 사탕, 얼음물 등으로 졸음을 이기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대조적인 일본의 모습이다. 버스 내 졸음방지장치 설치가 의무화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연이은 졸음운전 사고로 첨단기술 도입 여론은 형성됐으나 예산이라는 난관에 봉착하면서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자동비상제동장치 효과적…기술 있어도 도입 못해

27일 교통안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신규 출시되는 11m 이상 대형 버스와 총중량 20t 이상 화물.특수자동차에 차선이탈경고장치(LDWS)와 자동비상제동장치(AEBS) 장착이 의무화됐다. 최근에는 LDWS 장착 대상버스를 11m에서 9m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운행 중인 고속.시외버스에도 LDWS와 전방충돌경고장치(FCWS)를 올해 안에 조기 장착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유사한 졸음운전 방지장치도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교통안전공단은 운전자 팔뚝에 부착하고 심장박동과 눈꺼풀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버스 졸음운전 경고장치'를 개발, 수도권 운행 광역직행버스 5대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그러나 첨단장비 도입 현실화는 요원하다.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대통령까지 나서 첨단장비 장착 의무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대부분 아직도 논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자동으로 차량을 멈출 수 있어 졸음운전 사고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AEBS를 차량에 설치하는 비용은 예산 책정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보다 낫다고 자부하는 버스 졸음운전 경고장치 역시 장착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버스 졸음운전 경고장치의 상용화 결정 여부를 논의 중이고, 설치비용도 내부 검토 중"이라며 "사실 예산이 많지 않아 여러 기관과 협력하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에 상용화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시설특별회계는 그림의 떡…"국민생명에 우선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교통시설특별회계나 교통범칙금.과태료 등을 활용하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교통시설특별회계는 휘발유와 경유 주유 시 부과되는 교통세가 세원으로, 매년 약 17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도로계정.철도계정.공항계정.광역교통시설계정.항만계정 등 총 5개 항목으로 구분해 분배하고 있어 교통안전을 위한 예산으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교통시설특별회계법을 개정해 교통안전계정을 신설하고 도로계정의 10% 이상(약 7000억원)을 사업용 차량의 교통사고 예방사업비로 사용하면 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교통범칙금.과태료 활용도 가능하다. 지난해 경찰이 부과한 범칙금.과태료는 7518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범칙금.과태료는 고스란히 국고의 일반회계로 귀속되고 사용처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일반국민은 사용처를 알 수 없다.
경찰과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본래 목적보다 정부의 세수확보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사무처장은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우선해 예산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교통시설특별회계나 범칙금.과태료 일부를 교통안전 분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범칙금.과태료 활용은 경찰청에서 추진하는 것이고 교통안전 관련 장치에 교통시설특별회계 재원을 쓰는 것은 관계기관과 협의해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jun@fnnews.com 박준형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