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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정부, AI 정책경쟁 뛰어들었다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7 18:03

수정 2017.09.27 18:03

앞서가는 日.美.EU 윤리지침.가이드라인 마련.. 국제논의서 주도권 노려
속내는 자국 기업 밀어주기
선진국 정부, AI 정책경쟁 뛰어들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정부가 앞다퉈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공존을 목적으로 하는 윤리지침과 개발 가이드라인을 속속 내놓고 있다.

AI열풍과 함께 국제기구에서도 AI윤리와 개발 가이드라인을 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진국 정부가 일제히 AI 국제논의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진국 기업들은 시장에서 기술경쟁을 벌이고,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자국 기업에 유리한 국제지침 마련을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AI를 활용한 각종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정부차원의 AI 운리지침이나 개발 가이드라인은 부재한 실정이다.

지난 26일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AI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제적 가이드라인이나 개발지침은 결국 제안한 국가의 기업들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게 일반적 관행"이라며 "우리 정부도 서둘러 국가적인 AI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국제사회에 제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7일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7월 총무성 주도로 'AI 네트워크 사회 추진회의'를 열고 국제적 논의를 위한 AI 개발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가이드라인은 AI 편익 증진과 위험방지를 위해 AI 연구 개발에서 유의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가이드라인을 결정하면서부터 선진 7개국회의(G7회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의 AI관련 가이드라인을 논의할 때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작성한다고 강조했다.

■일본.미국.EU AI 정책경쟁

일본이 공개한 가이드라인은 AI 시스템을 활용한 편익 증진과 위험 감소를 통해 이용자 이익은 보호하고 위험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억제해 인간중심의 지련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련사회란 인간과 AI 네트워크와의 공생으로 데이터.정보.지식을 자유롭고 안전하게 창조.유통.연결해 지(智)의 네트워크를 구축, 결과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협력이 촉진돼 창조적이면서 활력 넘치는 사회를 의미한다.

일본이 제시한 AI 개발 원칙은 △AI 네트워크화의 건전한 촉진과 AI 시스템 편익증진에 관한 원칙 △AI 시스템의 위험 억제에 관한 원칙 △이용자 등의 수용성 향상에 관한 원칙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은 AI 윤리 마련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10월 'AI 미래에 대한 준비'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AI, 자동화, 그리고 경제' 보고서도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중장기적으로 AI의 인간 직업 대체와 임금 하락 가능성에 대비한 AI 기술의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U 또한 지난 2014년 로봇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건강과 안전, 소비자, 환경 △법적 책임 △지식재산권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로봇의 법적인격 부여 등의 이슈를 짚었다. 여기다 최근 EU 의회는 로봇에 전자인간이라는 자격을 부여해 권리와 의무를 부과하고, 로봇의 고용자에게 로봇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도 인민대표회의에서 지난해 7월 이미 AI 개발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AI 기술을 주도하는 글로벌혁신센터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갈길 먼 한국 정부

국내에서는 AI 윤리지침과 개발 가이드라인에 대해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출범 전 부터 위상과 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란이 일더니 결국 총리급 초대형 위원회가 초미니 민간 중심 심의기구로 출범했다. 당장 AI 윤리지침과 개발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해도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인데 부처간 알력 다툼을 겪으며 시간만 허비한 셈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연내 4차산업혁명 대응 범부처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AI 관련 윤리지침과 개발 가이드라인에 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불과 2개월 만에 주요 부처들의 의견을 모두 모아 4차산업혁명 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특히 일본은 지난 2016년 4월 G7 정보통신 장관회의에서 AI 개발 원칙의 원안을 소개하고, 1년이 넘는 시간을 준비해 AI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관련 기술과 각종 이슈들을 선점하고 있는 선진국에 비교하면 한국은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이라도 국내 실정에 맞는 AI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심도 있는 종합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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