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흥시장, 외국인 자금유입 3년만에 최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4 05:51

수정 2017.10.04 05:51

신흥시장의 외국인 자금유입 규모가 올해 1조달러를 넘어서 3년만에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정학적 위기 고조 위험,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중립' 선회 등 변수들이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자금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이하 현지시간) 국제금융협회(IIF)를 인용해 외국인들의 신흥시장 자산 순매입 규모가 올해 1조1000억달러, 내년에는 1조200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신흥시장 내국인들의 자금유출은 크게 줄어 지난해 1조달러를 넘던 것이 올해는 77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늘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내국인들의 자금 유출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외국인 순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으로는 우선 신흥시장의 강한 경제성장세가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신흥시장 전체의 경제성장률은 4.5%로 지난해에 비해 0.4%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선진국 성장률의 배가 넘는 성장률이다.

올해 6.7% 성장률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이 신흥시장 성장률 전체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높은 성장률에 따른 기업실적 상승도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다.

IIF는 신흥시장 기업들의 실적이 앞으로 1년 동안 20%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흥시장 자금유입 증가는 주식, 통화, 채권 시장 등에서 골고루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는 올들어 26% 상승해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률의 2배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이후 8년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멕시코 페소, 브라질 헤알 등 신흥시장 통화도 큰 폭으로 올랐고 국채 역시 덩달아 값이 뛰고 있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채권지수 흐름으로 보면 달러, 유로 등 경화표시 신흥시장 국채 투자수익률은 올들어 지금까지 7.5%에 이른다. 자국통화표시 국채의 투자수익률은 이보다 더 높아 11.6%를 기록하고 있다.

애버딘 자산운용의 케빈 데일리 펀드매니저는 전세계 금융시장 호조세가 신흥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동시에 대외수지, 통화 등 펀더멘털 개선이 이뤄져"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전망은 안개속이다.

베네수엘라 국가부도 위기부터 한반도 위기에 이르기까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위험성이 여전한데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 미국 달러 상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보호주의 가능성 역시 남아있다.

이는 신흥시장 자금유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고삐를 바싹 움켜쥐기 시작하는 것이다.

IIF는 특히 미 연준의 움직임이 신흥시장 자산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최대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대로 보유 중인 운용자산 축소(테이퍼) 계획을 발표했지만 예상을 깨고 연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FOMC 이전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반반으로 봤던 선물시장은 지금은 그 가능성을 77%로 높여 잡았다.

ECB 역시 오는 26일 회의에서 자산매입 규모 축소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그동안 막대한 규모로 풀렸던 선진국의 돈이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은 신흥시장 자산 흐름을 좌우하는 미 달러가 최근의 강세 흐름을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선진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돈 풀기'에서 본격적인 '되감기(테이퍼)'로 전환하게 되면 신흥시장에 투입됐던 자금은 다시 선진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 속에서도 신흥시장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M&G 인베스터먼츠의 클로디아 칼리치 펀드매니저는 연준의 움직임이 환상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신흥시장의 종말을 뜻한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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