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선택의 기술, 생존의 기술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8 16:33

수정 2017.10.08 16:33

[데스크 칼럼] 선택의 기술, 생존의 기술

우리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늘 '선택'의 순간에 부딪힌다. 사실 말이 좋아 선택이지 자의든 타의든 매순간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선택의 결과는 자신의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얼마나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특히 주변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일수록 그 결과는 더욱 극명하게 갈린다. 이쯤 되면 선택은 '고통'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주변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면 한순간에 위기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고통은 국가도 마찬가지다. 다만 선택의 결과가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국가의 선택은 '외교'와 '동맹'의 형태로 표현된다. 과거 동·서 간 군사동맹, 대륙별 경제블록 등이 바로 이 같은 결과물로 생겨난 것이다. 특히 동맹은 작고 약한 국가에 있어 중요한 생존의 기술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요즘같이 국제정세가 격변하는 시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약소국에 있어 국가의 선택은 바로 생존의 기술인 셈이다.

21세기판 손자병법으로 불리는 '전쟁의 기술' 저자 로버트 그린은 첫 장 '자기준비의 기술'에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라"고 말하고 있다. 내 주변에서 누가 동지인지 적인지부터 구분하지 못한다면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전투조차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로버트 그린은 또 동맹을 적절히 활용하고 거짓 동맹과 진정한 동맹을 구분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는 "거짓 동맹은 단기적인 감정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며 당신이 스스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무엇인가를 포기하게 만들고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만든다. 반면 진정한 동맹은 모든 감정적 필요에 따라 당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가 자위권의 일환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데 따른 중국 등 주변국들이 보인 반응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어쨌든 전쟁에서 이기려면 누가 동지인지 적인지부터 정확하게 판단하고 동맹을 활용하되 거짓 동맹과 진정한 동맹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주도하던 냉전체제가 무너진 지 20년이 지난 지금 국제사회는 신냉전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로 대변되는 신냉전시대의 접점은 바로 한반도다. 지금 우리의 적이 누구인지, 어느 것이 가짜 동맹인지 명확하게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린은 "나폴레옹은 동맹군과 맞서 싸워야 할 때 언제나 가장 취약한 고리, 즉 가장 약한 동맹의 일원을 공격했다"며 적의 동맹을 깨는 방법에 대해 '공격의 기술'편에서 설명하고 있다. 북·중·러 동맹이 공격 대상으로 택한 한·미·일 동맹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바로 우리나라다. 반세기가 넘게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혈맹국에서 이제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로 전락한 우리나라의 신세는 우리가 자초한 면이 크다.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절체절명의 선택의 순간에 아직도 좌고우면하며 선택을 못하는 우리는 어찌보면 약한 고리가 아니라 이미 떨어져 나간 고리일 수도 있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 한가운데 서서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는 외톨이는 이미 죽은 목숨과 다름없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가 지금이라도 빨리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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