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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자본시장 대통령'의 조건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8 16:33

수정 2017.10.08 16:33

[차장칼럼] '자본시장 대통령'의 조건

"무려 60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자리입니다. 올해 하반기 여의도 최고 인선으로 꼽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분이 가시는 게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일이죠."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사(CIO) 공개모집이 임박한 시점에 만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그간 공석이던 이사장 숏리스트를 꾸린 국민연금은 조만간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차기 CIO 선출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CIO 인선이 임박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온통 후임 하마평에 쏠렸다. 무엇보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옷을 벗은 홍완선 전 CIO에 이어 최근 임기를 채우지 못한 강면욱 전 CIO까지 구설에 휩싸이다보니 후임자에 거는 기대가 큰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하마평에 오른 유력 인사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국민연금 CIO 자리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한다.
과거 CIO를 역임한 인사들이 정치권 유력 실세와 연이 닿았다는 사실도 부담스러울 뿐더러 현재 전북 전주로 이전한 기금운용본부의 위치도 여러모로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다.

금투업계 고위 관계자는 "홍완선 전 CIO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대구고 동창으로 알려졌고, 강면욱 전 CIO 역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동문으로 엮인 사이였다"며 "소위 '빽'이 없으면 지원해도 들러리로 비쳐질 수 있다는 인식이 유력 후보들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국민연금 CIO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3년간 금융유관업종에 재취업할 수 없다. 또 국민연금 출신을 임용한 금융회사는 국민연금과 거래가 사실상 막히게 된다.

이 같은 제약조건이 많다 보니 하마평조차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총괄 책임자가 처한 가혹한 대우에 대해서 이제라도 선진국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연기금 CIO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운용역과 운용책임총괄자에게 성과급 지급은 물론, 임기도 3년으로 제한하지 않고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국민연금 CIO의 경우 제약조건이 많아 '선수급' 인재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국민연금이 전주로 이전하면서 쓸 만한 인재들의 엑소더스도 이를 방증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 노후 자산을 불리는 '파수꾼'인 자본시장 대통령 자리가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우수한 인재들이 막상 공모에 머뭇거리는 이유에 대해 이제라도 정부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금투업계를 비롯해 국민연금 수급자들은 정치적 배경 등 소위 뒷배가 든든한 인사보다는 내 자산을 알토란 같이 소중히 불려줄 유능하고 검증된 자본시장 전문가가 오길 기대하고 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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