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도 넘은 재건축 수주전 유감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9 16:22

수정 2017.10.09 16:22

[기자수첩] 도 넘은 재건축 수주전 유감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 앞에서는 때아닌 응원전이 벌어졌다. 국가대표 축구경기전에서나 들을 수 있는 거대한 함성이 들려와 회관 건너편에 있던 사람들까지도 발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였다. 저녁 9시가 다 된 늦은 시간이었지만 교통회관을 빠져나오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건물 앞에는 플래카드를 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해외 유명 가수가 내한공연이라도 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붐볐지만 이유는 다소 의외였다. 회관 인근에 위치한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한 합동설명회 때문이었다.

수주전에 뛰어든 GS건설과 롯데건설은 설명회가 끝난 뒤에도 조합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번갈아가며 자사 이름을 외쳤고, 조합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한 표'를 부탁하기 바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은 부동산업계 '핫이슈'인 만큼 양사가 벌이는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이 이해는 갔지만 한편으로는 찝찝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최근 대형건설사 간 세기의 혈투로 꼽히며 국토교통부까지 나서 건설사별 제안이 불법인지 시시비비 가리기에 나섰던 '서울 반포주공 1단지' 수주전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답습됐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미성.크로바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한 건설사가 제안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 일부를 시공사가 부담한다는 등의 내용은 위법성 논란이 일었는데도 불구하고 변경되지 않고 있다.

재건축사업은 노후된 단지를 탈바꿈시키는 만큼 '안전'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 특히 노후 단지가 많고 고정수요는 물론 잠재적 대기수요까지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은 서울 강남권일수록 이 같은 재건축사업이 더 신중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앞으로 있을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 수주전이 건설사 간 지나친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업계 등의 지속적인 협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열리는 미성.크로바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에도 반포주공1단지만큼이나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내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물론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각종 노후 단지들도 재건축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시공사 간 '건설적인 경쟁'이 필요할 때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