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전세계에 부는 헬스케어 AI 열풍… 한국만 '잠잠'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9 17:33

수정 2017.10.09 17:33

병 진단하고 신약 만드는 등 의료산업 핵심경쟁력으로 부상
2020년 시장 79억달러 전망 국내는 아직 원격의료 불가능
의료데이터 공유도 제한 경쟁력 키울 규제 개선 시급
전세계에 부는 헬스케어 AI 열풍… 한국만 '잠잠'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활약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헬스케어 AI는 의사를 대신해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거나 신약을 개발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헬스케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기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간호사를 대신해 의료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헬스케어 AI에 대한 관심은 물론 투자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헬스케어 AI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는 88건으로 전년에 비해 29%나 늘었다.

전 세계가 헬스케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AI기술 도입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규제에 발목이 잡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AI가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의료 데이터가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모든 의료 데이터를 병원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AI가 다른 병원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헬스케어 분야 AI 기술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9일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헬스케어 AI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79억888만 달러(약 9조67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52.7%에 달한다.

■헬스케어 AI 진단은 물론 신약 개발 활용

헬스케어 AI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IBM이다. IBM이 개발한 AI '왓슨'은 의학저널 300종, 교과서 200종 등 1500만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바탕으로 암 환자를 진단하고 성공 가능성이 큰 치료법을 제시한다. 왓슨은 국내에서도 이미 도입돼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미국 아터리스는 헬스케어 AI를 바탕으로 개발한 4차원 플로우를 통해 심장 MRI 영상을 10분 내로 분석한다. 미국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는 음성인식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헬스케어 AI 솔루션인 드래곤 메디컬 원과 드래곤 메디컬 어드바이저를 통해 의료 녹취와 진료, 청구서 작성 등을 수행한다.

헬스케어 AI는 신약 개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데 오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헬스케어 AI가 방대한 양의 논문과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을 단시간에 판별해 내는 것이다. 미국 스타트업 투사, 일본 제약사 산텐 등이 헬스케어 AI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는 규제가 걸림돌

전 세계가 헬스케어 AI를 활용해 의료 분야에서 혁신을 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헬스케어 AI가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의료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의료 데이터를 병원 내에서만 보유하고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의료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지만 헬스케어 AI가 발전하는데는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격의료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헬스케어 AI를 가로막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격진료가 의료민영화의 출발이라는 인식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원격진료는 물론 조제약의 택배배송이 원천 봉쇄된 상태다. 의료를 민간 산업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공공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헬스케어 AI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헬스케어 AI 기업들이 나오기 어려운 것은 물론 의료 소비자들도 관련 서비스를 받지 못할 것"이라며 "의료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분야를 위주로 규제를 개선하고 빅데이터, 클라우드,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