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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다주택자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1 17:10

수정 2017.10.11 17:10

부동산정책은 정권마다 냉온탕을 반복한다. 경제상황에 따라, 대통령의 시각에 따라 천양지차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이 고통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보유 자체를 악으로 규정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취임 2주년 국정연설에서 "부동산 문제만은 투기와의 전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안정시킬 것이다. 투기 조짐이 있을 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막겠다"고 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노무현정부의 시각을 이어받았다. '다주택자와 전쟁'을 선언한 8.2 대책이 신호탄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은 좀 불편하게 될 것"이라며 "(양도세가 중과되는)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좀 파시라"고 했다.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본다는 얘기였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며 청와대 참모들까지 거들었다.

적폐 취급을 받는 다주택자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정부가 빚을 내 집을 사라고 부추긴 게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시절 이른바 초이노믹스의 핵심이 대출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이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 국감자료에 따르면 청와대와 중앙부처 1급 이상 고위공직자 655명(배우자 보유 포함) 가운데 42%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주택자는 195명, 3주택자는 47명, 4주택자는 17명이었다. 주택을 5채 이상 보유한 고위공직자도 16명이나 됐다. 차관급으로 범위를 좁히면 60%를 넘는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고위공직자 15명 가운데 8명이 다주택자다. 지난 8월 말 청와대는 은퇴 후 거주할 목적, 매각하려다가 불발, 모친 부양 등의 이유를 들어 해명했지만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늘어나면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특히 대도시나 핵심 상권 등 블루칩은 평균 상승률을 웃돈다. 요즘 집값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풍부한 유동성에 저금리, 공급 부족 등 복합적 요인 때문이다. 상품이나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게 순리다.
선의의 다주택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길 바란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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