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뚝 떨어진 청약률…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됐나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1 19:45

수정 2017.10.11 19:45

8.2 부동산 대책 후 전국 1순위 평균 11.41대1
7월 절반 수준 그쳐.. 전용 85㎡ 이하 100% 가점제 적용에 청약 가점 부족한 수요자 중대형으로 눈돌려
동탄레이크자연앤푸르지오 조감도
동탄레이크자연앤푸르지오 조감도

8.2 부동산대책 이후 신규 분양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빠르게 돌아서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 등으로 투자 수요가 빠지며 '묻지마 청약'이 줄어들면서 전국 평균 청약률이 하락했다. 또 전용 85㎡이하 주택은 100% 가점제가 적용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추첨물량이 많은 중대형으로 눈을 돌리는 청약자가 늘었다. 그동안 중소형 선호 현상이 심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책 직후인 8월 청약 경쟁률 대폭 하락

1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8월 한 달간 전국 1순위 평균 청약률은 11.41대 1을 기록했다. 이는 20.18대 1을 기록한 7월의 절반 수준이며, 전년 동월 16.95대 1과 비교해도 3분의 2에 그치는 수준이다.


규제 적용 지역으로 살펴보면 하락세는 더욱 뚜렷하다. 서울.경기 지역 7월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8535가구 공급에 8만663명이 쏠리며 9.45대 1을 기록했지만, 8월엔 7326가구 공급에 4만452가구에 그치며 5.52대 1를 기록했다. 부산 역시 7월엔 1313가구 공급에 20만건이 넘는 청약통장이 쏟아졌지만, 물량이 1655가구로 늘어난 8월엔 반토막인 10만여명에 그쳤다.

업계에서도 고강도 규제책으로 전국적으로 투기 세력의 무분별한 '묻지마 청약'이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청약 통장을 신중하게 사용할 수 밖에 없고, 대출 및 중도금 부분에서도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만큼 쉽사리 청약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전용 85㎡이하 100% 가점제 적용에 중대형 인기

투자 세력이 이탈하면서 실수요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동시에 중소형 청약 가점 부담이 늘어나면서 중대형이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전용 85㎡ 이하 민영주택 청약에 100% 청약가점제가 적용되는데 올해 당첨자 가점 현황을 살펴보면 적어도 50점은 넘겨야 당첨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9월 공급된 '신반포 센트럴 자이' 전용 59㎡ 당첨자 가점 커트라인은 69점이었는데, 전용 59㎡C 타입 평균 가점은 무려 77점을 기록했다. 통상 청약가점 50점을 받으려면 부양가족 3명을 둔 10년 이상의 무주택자가 10년 이상 청약통장을 유지해야 한다. 사실상 30대, 신혼부부, 1주택자 등은 청약을 통한 내집마련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청약 가점이 부족한 수요자들이 가점제 적용 비율이 30~50% 수준에 그치는 전용 85㎡ 초과 주택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 내 중대형 주택의 입지가 상승세에 접어든 만큼 향후 전망도 밝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전용 85㎡ 초과 가구 청약률은 지난 8월부터 전용 60~85㎡ 이하 가구의 청약률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전용 85㎡ 초과 가구 청약경쟁률은 8월 29.3대 1을 기록해 85㎡ 이하 경쟁률 11.3대 1를 크게 앞질렀다. 9월 역시 85㎡ 초과 가구가 3.8대 1, 이하는 3.6대 1로 소폭 앞선 수치를 기록했다.

■직주근접, 생활인프라 갖춘 알짜단지로 쏠림현상 심해질듯

투자수요가 빠진 만큼 실거주 시 높은 만족도를 누릴 수 있는 알짜배기 단지들이 실수요자들의 신중한 선택을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에서 분양한 단지들 중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단지들은 강남, 여의도, 광화문, 상암, 고덕(평택), 판교 등 모두 직장 밀집지역 인근에서 분양한 단지들이 차지했다.
서울에서는 강남과 바로 접해 있는 서초구 '신반포센트럴자이'가 168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경기도에서는 삼성전자가 들어설 예정인 평택고덕산업단지 '평택고덕신도시 A17블록 제일풍경채'가 84대 1로 가장 높았다.

분양을 앞둔 단지 중에서는 동원개발이 시흥시 장현지구 B-7블록에 공급하는 '시흥시청역 동원로얄듀크', 한화건설의 서울 영등포구에 공급하는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 등이 직장 배후수요가 풍부한 곳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투기 세력이 몸 사리기에 나서면서 신규 분양 시장의 열기가 예전에 비해 다소 진정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로 인해 실수요의 입지가 더욱 단단해진만큼 신규 분양의 성패는 이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요소를 얼마나 갖췄는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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