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新 청춘백서] “아무도 모르게 죽는다”.. 출구 없는 ‘청년 고독사’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4 09:00

수정 2017.10.14 09:00

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던 고독사, 최근에는 20~30대도 점점 늘어
한국, 고독사 늘고 있지만 명확한 정의와 관련 통계 없어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과 1인 가구 사회안전망 부재에 청년 고독사 급증
인간관계 회복·경제적 고립 벗어나기 위한 사회 시스템 필요
[新 청춘백서] “아무도 모르게 죽는다”.. 출구 없는 ‘청년 고독사’

# 2015년 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원룸에서 A(29)씨는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A씨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었으며, ‘외롭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A씨의 시신은 월세를 받기 위해 찾아간 집주인에 의해 발견됐다.

# 올해 8월 부산 연제구 원룸에서 B(29)씨가 방 안에 숨져 있는 것을 아버지가 발견했다. B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으며, 3년 전부터 부모님께 생활비·용돈 등을 지원받고 있었으나 두 달 전 지원이 끊긴 후 가족들과 연락이 안 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던 고독사가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점점 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과 1인 가구 증가 영향으로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도 청년들은 아무도 모르게 쓸쓸히 세상과 작별하고 있다.

[新 청춘백서] “아무도 모르게 죽는다”.. 출구 없는 ‘청년 고독사’

■ 고독사 늘고 있지만 정의도 통계도 없어

고독사는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쓸쓸하게 맞이하는 죽음을 말한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정의가 아닌 사회 통념상 부르는 용어다. 고독사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보니 관련된 공식 통계자료도 없다. 고독사와 유사한 개념인 ‘무연고자 사망’ 현황으로 유추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의 2011~2015년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자 사망자는 2011년 682명, 2012년 719명, 2013년 878명, 2014년 1,008명, 2015년 1,245명으로 해마다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서울시 복지 재단의 자료를 살펴보면 2013년 서울에서 발생한 고독사 확실 사례는 162건이었고, 이 중 남성이 84.57%, 여성이 12.96%, 신원미상이 2.47%로 남성이 여성보다 월등히 높았다. 고독사 의심사례도 2,181건으로 나타나 확실 사례와 합치면 총 2,343건으로 집계됐다.

고독사 확실과 의심사례를 합산하여 자치구별로 20~30대 젊은 층의 고독사 사례를 보면 강남구가 3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관악구 29명, 은평구 22명, 송파구 18명, 마포구 15명, 구로구 12명, 금천구 11명 순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 심각해지는 청년 고독사, 증가하는 이유는?

청년 고독사가 증가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청년실업률의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8월 청년실업률은 9.4%로 1년 전보다 0.1% 포인트 상승했으며 이는 1999년 8월 10.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체감 실업률 또한 22.5%로 1년 전보다 1.0% 포인트 상승했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취업 준비를 하면서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결혼과 출산은 물론 최소한의 인간관계조차 포기하게 되면서 고독사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다. 사회적 시선과 각박한 현실에서 청년들의 홀로 버티기는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다.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부재도 청년 고독사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1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청년층 1인 가구의 주거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전체 1699.2만 가구 중 539.8만 가구(27.2%)로 집계됐다. 20~39세 이하 청년층 1인 가구는 187만 8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11.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1인 가구는 40㎡(12평) 이하의 단독·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5년 인구주택 총 조사 결과에서는 청년층 1인 가구의 주택 점유 형태는 월세 62.9%, 전세 21.0%로 임차 가구 비중이 84%에 달했다. 특히 청년층 1인 가구 중 20~29세 청년의 65% 이상이 월세에 거주하며 매달 20만~40만 원의 임차료를 지불했다.

높은 주거비 부담과 열악한 주거 환경에도 청년들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끝없는 경쟁 사회 속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은 점점 더 설 곳을 잃어가는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 인간관계 회복·경제적 고립 벗어나기 위한 사회 시스템 구축해야

고독사는 연령과 상관없이 발생하며 사회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고독사 관련 데이터도 없고 사회적인 시스템도 미흡하다.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절된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경제적 고립에서 벗어 날 수 있게끔 사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일본은 노인들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2002년 친족, 이웃, 담당 의사 연락 등이 기입된 안심 등록카드를 정비하고 단지 내 빈 점포를 활용한 고령자 교류의 장을 개설했다. 경찰과의 협력관계 강화, 신문 보급소 및 열쇠 전문점과의 협력체계 마련 등 지역 내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2004년에는 고독사 예방센터를 개설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조기 발견, 대응을 도모하기 위해 체제를 정비한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 2015년 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15.2%를 차지했다. 특히 노인층 1인 가구가 다른 세대에 비해 많았는데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에서 활동 단체를 조직했다. 노인들의 사회통합을 위해 자원봉사활동 활성화, 지원 활동 강화를 위한 전국 규모의 지역 사회망 구축, 활동 효율성을 위한 정부 관련 부처와의 협력체계 구축에 힘썼다. 그 결과 2014년 40개였던 참가기관은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255개 증가하고, 활동에 참가하는 지방정부가 33개, 직접 활동에 참가하는 시민활동이 178개나 진행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원이 부족하고, 예산 규모에 따라 지역적인 편차도 크다. 이제는 더 이상 방관만 하지 말고 청년들이 먹고 살 수 있게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인간관계 형성을 위한 지역 네트워크 구축도 갖춰야 한다.

고독사는 가족, 이웃과 왕래가 없고 친교 활동도 하지 않아 점점 고립되며 증가한다.
청년들에게 희생과 노력만 강조하지 말고 사회가 보듬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 고독사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등한시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청년들이 고민하지 않고 소통할 수 있게 손을 내밀고, 사회는 내미는 그 손을 기꺼이 잡아 줄 수 있어야 한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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