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미세먼지 문제, 한·중·일 함께 풀어야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2 16:59

수정 2017.10.12 16:59

[특별기고] 미세먼지 문제, 한·중·일 함께 풀어야

미세먼지가 우리 국민의 건강을 좀먹는 심각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처럼 편서풍에 따라 중국의 영향을 받는 일본에서도 미세먼지는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13년 일본 정부는 환경성에 '미세먼지관련 전문위원회'를 설치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저감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다른 대기오염 물질과 2가지 차이가 있어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우선 발생원이 매우 다양하다. 공장·발전소·소각장 등 고정발생원과 자동차·선박 등 이동발생원, 타이어 및 도로 마모와 비료 사용, 각종 휘발성물질 등 불특정 다수에 의한 오염과 산불 등 자연발생원까지 실로 다양한 활동과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또한 미세먼지는 황사와 함께 대표적인 장거리이동 오염물질로 바람을 타고 수천㎞씩 국경을 이동하기에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농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가 '주요도시의 미세먼지 발생의 지역기여율'을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도쿄 등 관동지역의 미세먼지 중 국외이동원 비중은 40~45%(중국 40%, 한국 0~5%), 후쿠오카 등 큐슈지역의 경우 70%(중국 60%, 한국 10%)에 달했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영향을 받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일본 아키다대학에서 대구를 착지점으로 한 미세먼지의 장거리 이동경로를 역추적한 자료에 의하면 60%가 베이징 등 중국 북부지역으로부터, 20%가 상하이 방면에서 날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자국 오염원 관리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은 국가 간 공조가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매년 개최되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를 통해 일본, 중국과 대기오염에 관해 논의하고 있지만 사실 이 회의체는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지 못해 실효성 있는 협력사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모처럼 3국이 공동으로 하고 있는 미세먼지 발생과 이동경로에 대한 조사데이터도 중국의 반대로 공표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상호 구속력 있는 대책을 위해서는 유럽, 북미 50여개국이 이미 30여년 전(1979년) 체결한 '월경(越境)성 장거리이동 대기오염 협약'처럼 우리도 조속히 3국 간 '한·중·일 대기환경협약'을 체결하고 이 회의를 법적 효력이 있는 상설기구로 격상시켜야 한다.

중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피해국인 한·일 간의 긴밀한 공조도 필요하다. 또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형성된 국제탄소시장처럼 미세먼지도 한·중·일 정부 인증하에 감축프로젝트에 참여한 사업체에 삭감분에 대한 크레디트(경제적 급부)를 추가로 제공한다면 우수한 저감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나 기관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미세먼지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아시아는 미세먼지, 원자력 리스크 등 환경문제에서 운명공동체다. 정확한 발생원 규명과 이에 따른 국내 오염원 통제도 중요하지만 발생량의 30~50%를 차지하는 국외 유입을 줄이지 못한다면 반쪽뿐인 대책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종합적인 국내 오염 저감대책을 수립하는 한편 미세먼지 관련 한·중·일 협력 필요성을 인지해 더욱 실효성 있는 국외 정책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를 절실히 요망한다.

이수철 日 메이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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