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브렉시트 협상 또다시 결렬, 연말에나 재논의 가능할 듯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3 15:27

수정 2017.10.13 15:33

영국과 탈퇴협상을 벌이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이달 19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2단계 협상 내용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올 여름부터 진행한 1단계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인데 협상 일정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영국이 협상 없이 EU에서 떨어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보도에서 19일 정상회의 성명 초안을 입수한 결과 영국을 제외한 EU 27개국 정상들이 이날 2차 협상에 대해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영국이 지난 3월 공식적으로 탈퇴 의사를 전달한 이후 6월에 협상단을 출범시켰다. 당시 EU는 연말까지 1단계 협상을 마치고 내년부터 2단계 협상을 시작해 같은 해 10월까지 협상을 마친다는 일정을 내놨다. EU 규정에 따라 영국은 탈퇴 통보 이후 2년이 지난 2019년 3월에 협상 타결 여부와 상관없이 EU에서 방출된다.
1단계 협상은 브렉시트 조건에 대한 것으로 영국과 EU 내 잔류하는 각국 국민들의 법적 지위, 영국이 EU에 내야할 재정 기여금, EU와 영국간의 국경문제 등을 다룬다. 브렉시트 이후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미래 관계는 2단계 협상에 포함되어 있다.

FT 보도 당일 5차 브렉지트 협상을 마친 양측 대표단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미셸 바르니에 EU 협상 대표는 협상이 "교착상태에 이르렀으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이 "정치적인 의지"가 있어야만 오는 12월에 결정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달 이탈리아 피렌체 연설에서 2019년 3월 이후 2년간 브렉시트 이행 기간을 설정, 해당 기간에 EU에 예산을 보태고 영국 내 EU 법률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EU에 내야할 재정기여금 잔액을 200억유로(약 26조7580억원)로 고집하고 있다. 이는 EU가 추산한 금액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바르니에 대표는 영국이 이번 5차 협상에서 메이 총리의 연설에도 불구하고 재정 기여금 문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영국 정부는 이달 발간한 관세백서에서 EU와 협상 없이 브렉시트를 강행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영국을 제외한 EU 27개국 대표들은 당초 19일 정상회담에서 1단계 협상 결과를 보고받고 협상 내용이 만족스러울 경우 2단계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FT가 입수한 성명 초안에 따르면 27개국은 영국 내 EU 국민들의 권리 같이 협상이 진행된 부분을 언급하면서도 아직까지 "충분한 진전"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초안에는 각 회원국들이 오는 12월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진행상황을 재평가"해 만약 협상이 진행됐을 경우 2단계 협상에 대한 추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FT는 영국이 19일 정상회의에서 EU에 보다 유연한 협상을 촉구할 생각이었다며 이처럼 협상의 '협'자도 못 꺼내는 상황이 닥칠 경우 영국에 크게 불리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영국 정부는 1단계 협상과 2단계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길 바라고 있지만 독일과 프랑스가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협상 대표는 5차 협상 결과 발표에서 "협상에 확실성을 더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EU 정상들이 19일 회의에서 2단계 협상 문제를 다뤄줄 것을 호소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