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다이먼 "비트코인, 범죄자나 돈세탁업자들의 수단일 뿐"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5 15:05

수정 2017.10.15 15:05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가상화폐 공격을 재개했다. 이제 같은 말은 더 반복하지 않겠다면서 비트코인은 범죄자와 돈세탁업자들의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머지않아 각국 정부가 '분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겸 CEO도 비트코인 가격은 '돈세탁지수'라며 다이먼과 같은 논리를 폈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다이먼과 핑크는 전날 오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연례 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비트코인에 맹공을 퍼부었다.

IIF는 세계 대형 금융기관들의 모임으로 이날 참석자들 대부분이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 임원들이었다.

다이먼은 "실제 가치는 하나도 없는 무언가의 가치를 개인적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비트코인의 유일한 실질적 가치는 범죄자들과 돈세탁업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의 비트코인 거래 금지, 엔화와 연동된 전자화폐를 출범시키려는 일본의 움직임 등을 각국 당국이 가상화폐에 대한 주도권을 잡으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다이먼은 "각국 정부는 돈이 어디에 있는지, 누가 갖고 있는지, 그걸로 무엇을 하려는지를 알고 싶어한다"고 말해 당초에 어디에 있고, 누가 갖고 있는지도 모르며,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되는 지금의 가상화폐를 그냥 놔둘리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자산규모 미 최대 은행인 JP모간 수장인 다이먼은 "법정화폐는 정부가 이게 법정화폐이고, 이걸로 지불하고, 누가 지불하면 받아야 한다고 말할 때 효력을 갖는 것"이라며 "물론 중앙은행이 이를 남용해 발권을 남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비트코인의 경우는 어떤가"라면서 "베네수엘라나 북한 사람, 아니면 범죄자일 경우에나 대단한 상품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이먼은 자신의 딸을 화제로 삼기도 했다. "전에는 명석했던 딸이" 지금 비트코인 2개를 갖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을 살 정도로 어리석다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비트코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면서 "더 이상은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FT는 은행가들로 꽉찬 총회 자리는 다이먼의 말에 웃음바다가 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총회에 참석한 블랙록의 핑크 회장도 다이먼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은 '돈세탁 지수'라고 공격했다.

핑크는 비트코인이 24시간 만에 7% 가까이 올라 사상최고치인 5690달러를 찍었다는 것은 "전세계에 얼마나 많은 돈세탁 수요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폄훼했다.

다이먼과 핑크의 발언은 곧바로 반발을 불렀다.

뉴욕 법무법인 쿨리의 핀텍부문 책임자 마르코 산토리는 비트코인과 범죄행위를 연결짓는 설명은 "명시적으로 잘못된 서술이자 오랫동안 거부돼 온 주장"이라면서 "이는 시장 장악력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 금융 중개기관들이 갖고 있는 무지와 의식적인 외면에서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범죄자들에게 사용되나?"라고 자문한 뒤 "물론 그렇다. 꼭 미 달러가 그런 것처럼 그렇다"고 되받아쳤다. 범죄가 주목적인 아니라는 항변이다.

산토리는 2013년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받았던 비트코인 거래소 실크로드가 폐쇄됐지만 이후 거래 규모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2015년 영국 재무부 보고서에서는 비트코인이 돈세탁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인류에게 알려진 모든 다른 지급수단'에 이어서 '맨 마지막' 순번에 비트코인이 자리잡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산토리는 "비트코인이 범죄에 특출나게 활용된다거나, 또는 유별나게 최적화돼 있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데이터는 문자 그대로 '제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가상화폐 작동방식인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월스트리트가 비트코인 같은 기존 가상화폐에서 자신들이 주도해 개발할 가상화폐로 시장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의도적인 비트코인 공격에 나서고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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