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터뷰] 이건수 백석대 교수 "우리나라엔 열 집에 한 집꼴로 실종가족있다"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5 19:30

수정 2017.10.15 22:10

잃어버린 가족찾기 전문가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
15년 동안 5600건 처리.. 한 사람 찾기위해서 편지 1000통 보낸 일도 있어
잃어버린 가족찾기 해결위해선 가족.민간전문가.경찰 등에게 실종자 정보 공유해야
2017 세계한인입양인대회 기조연설자로 선정돼
실종 및 입양인 등 5600여건의 상봉을 처리하면서 '잃어버린 가족 찾기'의 달인으로 널리 알려진 백석대 경찰학부 이건수 교수(사진)가 오는 20일부터 사흘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2017 세계한인입양대회(IKAA)' 기조연설자로 선정됐다. 이 교수는 경찰청 실종수사지도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파이낸셜뉴스의 '잃어버린 가족찾기' 공익캠페인 자문으로 활동했다. 그는 잃어버린 가족찾기가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함께 아파해야 해결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이건수 CSI 탐정센터'를 개소해 민간조사업 활성화와 대학생 취업에도 나서고 있다.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

이건수 백석대 교수는 '실종자찾기센터'를 구축해 장기실종사건 수사 및 실종예방 홍보, 범죄의심 실종사건에 대한 관리 등을 통해 실종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교수는 '실종자찾기센터'를 구축해 장기실종사건 수사 및 실종예방 홍보, 범죄의심 실종사건에 대한 관리 등을 통해 실종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세계 한인 입양인대회의 기조연설자로 선정됐다. 이 대회의 활동과 목적은.

▲전 세계 한인 입양인들이 화합을 다지는 축제의 장인 '2017 세계한인입양인대회'가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SF한인입양인협회와 국제한인입양인협회가 주최하는 '2017 세계한인입양인대회'는 입양인들이 관심사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행사로 샌프란시스코 대회에서는 한인입양인의 역사, 한인입양인 영화를 주제로 한 대화, DNA(유전자) 테스팅, 한국의 친가족찾기 등 콘퍼런스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존중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쌓을 예정이다. 친가족과 입양가족의 첫만남을 다큐멘터리(First Person Plural)로 담아 호평을 받은 한인입양인 영화감독 디엔 보셰이 임도 기조연설자로 나설 예정이다.

―입양인을 포함한 잃어버린 가족찾기에 매진하게 된 계기는.

▲경찰관이 된 얼마 뒤 유치장에서 근무했다. 유치장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갇혀 처벌을 기다리는 곳인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상담해줬다. 나중에는 "이건수 경찰관을 봐서라도 다시는 유치장에 오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생겼다. 이 같은 '인간미 있는 경찰'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민원실 업무 요청을 받게 됐다. 민원실 담당 업무 가운데 헤어진 가족을 찾아 주는 일이 있었다. 사실 그 일은 수많은 민원 업무 중 아주 작은 하나의 업무였다. 그러나 가족을 찾아 달라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보는데 마음이 아파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아무리 발을 동동 구르며 노력해 봐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가족을 잃어버리고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보게 됐다. 막상 다른 부서로 떠나려고 하니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실종가족들의 눈물과 고통이 아른거렸다. 실종가족을 외면하고 다른 부서로 떠날 수도,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실종 가족 찾기'가 평생 사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상봉 성과 및 기억에 남은 사례는.

▲15년 동안 5600건을 처리했다. 하루에 한 명꼴로 사건 처리를 한 셈이다. 비슷한 이름을 찾아 지금까지 보낸 편지가 8만통이 넘었다. 흔한 이름일 때는 한 사람 찾으려고 1000통 쓰는 일은 기본이고 유전자 대조, 지문 검색, 폐쇄회로TV(CCTV) 조사도 뒤따른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현장조사다. 이 때문에 퇴근하는 저녁에도 전국으로 사람을 찾아 나서야 했다.

한 사람의 한 맺힌 사연을 풀어주기 위해 그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일을 겪기도 했다.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는 어느날 새벽 4시 강원 태백 산골짜기까지 가서 가족을 상봉시켰다. 워낙 위험한 밤길이어서 사고 나지 않고 무사히 귀환한 것만으로도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연은 64세의 허모씨에 대한 것이다.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결혼도 안하고 혼자 살았던 분이다. 어머님에 대한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 단지 소문에 재혼했던 집에 아들이 1명 있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 이미 90세 된 어머니와 상봉을 추진했다. 그는 노모를 끌어안고 어린아이처럼 울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손수 끓여주신 흰죽을 눈물을 흘리며 먹으면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이 밖에 지난해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두고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하는 진모씨가 51년 만에 가족과 상봉했다. 고아원에서 성장했고 미국 남성과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간 그녀는 한국에 있는 가족을 찾지 못하자 e메일로 도움을 청해왔다. 4개월간 수소문 끝에 한국의 가족과 연락이 닿았고 자신의 성이 김씨라는 것을 51년 만에 알게 됐다.

―잃어버린 가족찾기를 위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실종자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기관별 정보공유 등 범사회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실종수사 전문 경찰에게 개방해야 한다. 특히 독립된 별도의 신원불상 변사자 연계시스템 구축을 통해 보호시설 등에서 행정변사 처리됐거나 경찰에서 변사처리돼 있는 신원 미상자의 사진과 신체 특징, 발견 일시·장소를 모두 기록해 일반인에게도 공개하는 것이다. 실종가족, 민간실종수사 전문가, 전문실종수사 경찰관으로 '실종자찾기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이곳에서 장기실종사건 수사 및 실종예방 홍보, 범죄의심 실종사건에 대한 관리 및 감독, 지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길을 가다 보면 사람을 찾는다는 현수막을 종종 본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 앞을 지나친다.
그러나 그 현수막을 내건 가족의 마음은 애절하다. 우리나라에는 열 집에 한 집꼴로 잃어버린 가족이 있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기관별 정보 공유와 협업이 절실하다.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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