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윤중로] 김밥과 통계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6 17:21

수정 2017.10.16 22:31

[윤중로] 김밥과 통계

얼마 전 회사 사람들과 저녁을 같이 먹을 기회가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쟁반에 김밥이 있었다. 수제비 전문점에 웬 김밥인가 의아해했는데, 동반자 중 한 분이 김밥을 사서 가지고 온 것이었다.

김밥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초등학교 때 생각이 떠올랐다. 가을운동회, 가을소풍 때 싸갔던 김밥. 운동회나 소풍도 좋았지만 점심 때 먹는 김밥이 더 기다려졌다. 어머니가 김밥 대신 도시락을 싸겠다고 하면 안 가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다.
김밥 재료로 단무지에 우엉, 시금치, 당근이 전부였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김밥 종류가 많아졌다. 김치김밥, 불고기김밥, 게살샐러드김밥, 제육볶음김밥 등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김이라는 포장재가 바뀌는 경우는 없다. 모두가 속에 들어가는 내용물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낸다.

김밥의 또 다른 묘미는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의 매일 먹어도 새롭게 느껴진다. 내용물이 다양하고 김 자체의 향도 다르기 때문이다. 남해나 서해 원산지에 따라, 또 건조일수에 따라 향이 달라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맞출 수 있다.

김밥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김밥은 일본음식인 김초밥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또 일본 도박장에서 놀던 사람들이 김에 밥을 넣고 박속 대신에 참치를 넣고 와사비를 첨가해 먹기 편하게 작게 싼 데서 유래됐다는 얘기도 있다.

유래가 어떻든 간에 김밥은 이제 국민의 먹거리가 됐다. 특히 최근 혼밥족이 늘면서 최고의 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시간과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먹을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 김밥을 포함한 간편식 시장 규모는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1조672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1년(1조1067억원)에 비해 5년 동안 51.1%나 늘어난 것이다. 사업체 수도 김밥.분식점이 4만3719개로 동네 치킨전문점(3만2600개)보다 많다.

당당히 우리 식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김밥이지만 정부의 무관심은 여전한 것 같다.

통계청은 올해 8월 기준 전국 평균 김밥 가격을 1990원이라고 발표했다. 작년 8월 3353원에서 약 40%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분식 및 김밥 전문점 생산자물가지수(2010년 100 기준)는 130.91로 작년 같은 달 124.4보다 5.4% 올랐다.


정부 조사기관 간의 통계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내부 기준이 달라서 그럴 수는 있지만 통계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자료가 정부 물가지수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shin@fnnews.com 신홍범 증권부장·부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