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왜 문화유산 교육인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17/10/19/201710191657479958_s.jpg)
'문화적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지금은 흔하게 통용되고 있지만, 1997년 이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땐 매력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꽤나 아득한 느낌도 들었다. 나는 당시 문화봉사자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하면서 시민을 대상으로 문화봉사자 교육프로그램에 '문화적 감수성'이 관통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짜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미술은 무슨 사조와 관련된 사람 이름을 외우고, 음악은 무슨 계파와 관련된 이름을 기계적으로 외우던 시기라서 교육프로그램에 문화적 감수성을 결합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문화적 감수성을 주창했던 고 이중한 선생의 가르침에 힘입어 문화봉사자 교육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개발했고, 시범교육은 조용하면서도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문화봉사자 교육프로그램을 2년간 운영한 이후 나는 나만의 문화적 감수성을 찾기 위한 여러 가지를 모색했다.
문화적 감수성을 이끌어내는 문화유산 교육이 그 꽃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은 지역이다. 지난 7월 발표한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는 그 과제 중 하나로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그 지역과 일상에서 누리는 생활문화의 실질적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한 접근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근의 문화유산 이해 방식은 자연과 상호작용하고 정체감, 문화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것이 핵심을 이룬다. 문화유산 교육의 활성화는 지역과 일상에서 누리는 생활문화 영역을 지금보다 훨씬 풍성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유산이 '밥 먹여주나'라거나 문화유산을 교양이나 여가, 취미 정도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와 우리의 현재 행위들이 문화로 축적돼 문화유산이 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렇게 볼 때 문화유산 교육은 과거의 지혜를 습득하는 교육임과 동시 미래를 설계하는 교육인 셈이다. 문화유산 교육은 그 원형의 틀을 바탕으로 학습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조의 여백을 제공하는 교육인 것이다. 최근 꿈다락토요문화학교 등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유무형의 문화유산 교육이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 기회와 예산 규모 면에서 제한이 많아 보인다. 문화예술 교육의 틀 안에서 역사와 공동체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의 확대 등으로 좀 더 깊이 있는 문화적 감수성을 촉발할 수 있는 문화유산 교육에 대한 요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 양질의 문화유산 교육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과 창조성을 증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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