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왜 문화유산 교육인가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9 16:58

수정 2017.10.19 16:58

[특별기고] 왜 문화유산 교육인가

'문화적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지금은 흔하게 통용되고 있지만, 1997년 이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땐 매력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꽤나 아득한 느낌도 들었다. 나는 당시 문화봉사자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하면서 시민을 대상으로 문화봉사자 교육프로그램에 '문화적 감수성'이 관통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짜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미술은 무슨 사조와 관련된 사람 이름을 외우고, 음악은 무슨 계파와 관련된 이름을 기계적으로 외우던 시기라서 교육프로그램에 문화적 감수성을 결합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문화적 감수성을 주창했던 고 이중한 선생의 가르침에 힘입어 문화봉사자 교육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개발했고, 시범교육은 조용하면서도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문화봉사자 교육프로그램을 2년간 운영한 이후 나는 나만의 문화적 감수성을 찾기 위한 여러 가지를 모색했다. 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 풍경을 즐겼고,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서 내 느낌의 여행기를 썼다.
이런 몇 년간의 여행과 모색의 시간이 지난 후 내린 결론은 이제까지 내게 학습됐던 모든 것을 벗겨내면 나타나는 내 속의 문화적 감수성은 시간과 더불어 변화·발전해온 우리 문화유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 후 나는 문화유산해설사 공부를 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외우는 방식이 아닌, 하나의 문화가 문화유산으로 남게 되는 이유를 탐색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그리고 역사적 흔적과 공동체 정서가 배어 있는 문화적 정수를 공유하는 교육이 문화유산 교육이고, 이 교육이야말로 문화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교육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문화적 감수성을 이끌어내는 문화유산 교육이 그 꽃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은 지역이다. 지난 7월 발표한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는 그 과제 중 하나로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그 지역과 일상에서 누리는 생활문화의 실질적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한 접근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근의 문화유산 이해 방식은 자연과 상호작용하고 정체감, 문화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것이 핵심을 이룬다. 문화유산 교육의 활성화는 지역과 일상에서 누리는 생활문화 영역을 지금보다 훨씬 풍성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유산이 '밥 먹여주나'라거나 문화유산을 교양이나 여가, 취미 정도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와 우리의 현재 행위들이 문화로 축적돼 문화유산이 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렇게 볼 때 문화유산 교육은 과거의 지혜를 습득하는 교육임과 동시 미래를 설계하는 교육인 셈이다. 문화유산 교육은 그 원형의 틀을 바탕으로 학습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조의 여백을 제공하는 교육인 것이다. 최근 꿈다락토요문화학교 등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유무형의 문화유산 교육이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 기회와 예산 규모 면에서 제한이 많아 보인다.
문화예술 교육의 틀 안에서 역사와 공동체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의 확대 등으로 좀 더 깊이 있는 문화적 감수성을 촉발할 수 있는 문화유산 교육에 대한 요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 양질의 문화유산 교육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과 창조성을 증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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