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꼬여가는 브렉시트… EU '느긋' 英은 '초조'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0 18:07

수정 2017.10.20 18:07

메이 총리, EU 정상회담서 신속한 협상타결 촉구했지만.. EU는 "분담금부터 해결을"
연내 협상 마무리 안될땐 '하드 브렉시트' 우려 목소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는 런던 본사 독일 이전 시사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발걸음이 계속 꼬이고 있다.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이 기세를 올리면서 EU를 압박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EU가 느긋한 반면 영국이 수세에 몰리고 상황이다.

메이 총리는 19~20일(이하 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나머지 27개국 정상들에게 신속한 협상 타결을 호소했지만 EU는 분담금 협상이 타결된 뒤에야 가능하다며 일축했다. 12월 14~15일 올 마지막 EU 정상회의 전까지 분담금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하면 일정이 촉박해 브렉시트 마감시한인 2019년 3월29일 이후 영국과 EU는 완전히 남남으로 갈라서는 '하드 브렉시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영국에 경고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로이드 블랭크파인은 19일 트위터에서 브렉시트 이후 런던을 대신하는 유력한 EU 본사 후보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극찬하고 나서 메이 총리를 더 곤혹스럽게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블랭크파인은 이날 트위터에서 브렉시트 해시태그를 달고 "방금 프랑크푸르트를 떠났다.
모임도 훌륭했고, 날씨도 훌륭했다. 정말 좋았다. 다행이다. 더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블랭크파인은 연초에도 하드 브렉시트로 가면 유럽 본사는 런던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영국에서 EU에 접근하는데 혜택이 없다면, 어떤 규제들과 결정들이 이뤄질지 아무도 모른다면 어떤 이들에게는 영국내 발자취를 줄이도록 조정하는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랭크파인의 경고는 그저 엄포에 그치지 않는다. 골드만삭스는 이달초 프랑크푸르트 중심지에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38층짜리 건물 꼭대기 8개층 임대계약을 했다. 사무실 면적은 1000㎡로 최대 직원 1000명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프랑크푸르트 직원 수가 20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800명이 증원될 수 있음을 뜻한다.

골드만삭스는 프랑크푸르트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에 상당한 규모를 갖춘 지사가 있고, 폴란드의 지원 사무소도 확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대형은행들은 만약을 대비해 런던에서 유럽 대륙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복안을 갖고 있다. 본사 이전 후보지로는 프랑크푸르트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씨티그룹, 모간스탠리, 노무라, 스탠다드차타드(SC) 등이 이미 프랑크푸르트 사무소 확장에 나선 상태다.

이들 대형은행은 브렉시트 이후 최소 2년의 이행기를 갖는다는 명확한 내용이 브렉시트 협상안에 담겨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런던 탈출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전망은 불투명하다. 메이 총리는 19일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EU 시민들은 거주 권리 뿐만 아니라 의료, 연금을 포함한 다른 사회보장 혜택 모두를 누릴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2년 이상의 이행기 보장, 신속한 무역협정 체결 등을 호소했다.

EU는 메이의 제안을 환영하면서도 영국이 탈퇴 이전에 EU 예산 분담금을 모두 내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 EU 관계자는 CNBC에 "예산분담금 동의 없이는 12월 이전에 협상 타결이 불가능하며 그렇게 되면 모든 일정이 어긋나면서 하드 브렉시트로 가게 된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협상은 사업면허 등을 포함한 EU와 영국 양측 시민들의 권리, 아일랜드와 영국간 국경 설정, 탈퇴 이전 EU 예산 분담금 납부 등 3가지 핵심 사안을 놓고 이뤄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메이 총리의 피렌체 연설을 통해 시민권리는 EU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분담금 문제에서는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EU는 12월 14~15일 EU 정상회의 이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말까지 양측간 교역, 미래 관계 설정 등과 관련한 협상 개시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럴 경우 협상안이 2019년 3월 29일인 브렉시트 마감시한 이전까지 EU의회, EU 각국의 비준절차를 마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하드 브렉시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EU 관계자들의 경고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