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민주주의 논쟁'에 부쳐

민주주의 논쟁이 뜨겁다. 논쟁의 주제는 민주주의 당위성이 아니고, 민주주의 방식에 대한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건설재개라는 권고안을 내고 활동을 마무리함에 따라 숙의민주주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시키면서 사회적 갈등상황을 해결하는 모델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모든 갈등 현안을 공론조사에 의존하는 것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를 건너뛰는 것으로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은 이것만이 아니다.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20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국민은 간접민주주의로 만족하지 못한다.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한다"며 직접민주주의를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도 당 혁신안을 결정하면서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당 실현"을 천명했다. 대통령과 여당이 국민의 직접참여를 바탕으로 한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직접민주정치를 포퓰리즘과 등치시켜 대통령을 비판의 소재로 삼는 것은 염치없는 형태다.(김윤철 경희대교수) #.집권여당이 대의제 아닌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밝힌 것은 실로 희귀한 일이다. 직접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보다 더 좋다는 개혁안의 대전제는 커다란 오해에 기반하고 있다.(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직접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해도 현실의 문제는 제도정치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제도정치와 좀 더 소통하려는 노력이 빠져선 안된다.(강원택 서울대교수) #.국회, 정부가 심각한 직무유기를 범할 때 시민들은 직접 행동에 나서지만 평상시에는 대의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길 기대한다. 대의제와 직접민주주의 관계는 제로섬 관계라기보다 복잡미묘한 경쟁관계다.(장훈 중앙대교수)

현대 민주주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가 처한 공통의 위기는 참여와 대표성의 위기다. 시민의 진정한 대표를 뽑기 어렵다는 '대표의 실패'와, 뽑은 대표가 공익보다는 소수계층이나 소속정당의 이익극대화에 앞장섬으로써 주권자가 오히려 구경꾼으로 전락하는 한계를 지닌다는 점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발안이나 국민소환과 같은 직접민주주의 방식이 도입되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이것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시민이 직접 나서 부당한 정치권력을 몰아내는 저항권이 보장돼 있다. 촛불시위로 초래된 대통령탄핵이 대표적이다.

간접민주주의가 한계에 처해 있다 해도 거대하고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고대 아테네와 같은 직접민주주의를 다시 반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의민주주의는 대표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 직접민주주의는 시민의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숙의민주주의는 대표와 시민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게 강조된다. 민주주의 논쟁에 대한 정답은 대의민주주의를 굳건히 하고, 그 기반 위에 참여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뿐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삼두마차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