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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시대, 프랜차이즈에 길을 묻다] "갑질문제, 일부기업 일탈행위 일 뿐"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3 19:50

수정 2017.10.23 19:50

(2) 오해와 진실
'불법파견'도 시각차 존재.. 소통 기반한 상생에 앞장
노하우 전수는 산업 본질.. 원자재 고가공급도 오해
#.유명 치킨프랜차이즈 본사에 근무하는 K과장은 올 추석연휴에 너무 힘들었다. 긴 연휴로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고 집안 어르신에게 인사도 드릴 요량으로 고향을 찾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너희 회사는 괜찮냐"고 묻는 통에 같은 대답만 골백번을 반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프랜차이즈를 공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K과장을 몰아세우는 바람에 얼굴을 붉히기까지 했다.

앞의 사례처럼 최근 일부기업의 갑질 논란이 도마에 오르면서 프랜차이즈업계 전체가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의 이런 분위기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과 역할을 도외시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갑질.불법파견의 온상?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갑질과 불법파견 논란이 빚어지면서 프랜차이즈산업 전체가 갑질과 불법파견의 온상처럼 비춰지고 있다. 이른바 갑질행태와 관련해 업계는 극히 일부 사업주의 일탈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다수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점주와의 소통활성화를 통해 상생에 앞장서고 있다고 항변한다.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유명 제빵업체 제빵기사들의 문제 제기로 불법파견 논란이 불거지기는 했지만 이 역시 제도적 여건 미비와 시각 차이에서 빚어진 것으로 일부 업종에 국한된 문제로 보고 있다.노동계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나마 빵집들은 본사가 채용을 하고 가맹점에서 일을 하는 만큼 파견의 외형은 갖췄지만, 노동현장에 가면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파견업체 직원인 사례도 수두룩 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갑질은 결국 거래 당사자 사이의 경제력 격차 때문에 생기고 격차가 클수록 심해진다"면서 "그렇게 본다면 정작 문제의 핵심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경제력 집중"이라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는 필요악?

최근 개최된 한 창업박람회에서 어느 업체가 '로열티, 간섭, 감리비, 교육비 없는 4無 프랜차이즈'라며 전면에 내세운 광고문구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업체는 가맹본부에 떼어줘야할 돈이 없는 만큼 누구나 손쉽게 창업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업체의 주장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업계는 프랜차이즈의 기본 이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제조법이나 마케팅, 서비스 기법 등 노하우를 다른 업체에 전수해 주는 대신 일정한 대가를 받는 업종을 말한다. KFC의 창업자 미국의 할랜드 데이빗 센더슨이 치킨제조법을 알려주는 대가로 한 개당 10센트를 받은 것이 프랜차이즈의 시작이다. 업종의 특성상 로열티나 가맹본부의 간섭이 필수적인 셈이다.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은 슈퍼바이징으로 이를 '간섭'으로 보는 것은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잘 못 이해한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원자재 고가공급으로 폭리?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bhc는 최근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용유를 지나치게 비싼 값을 받은 것으로 지목돼 폭리 논란을 빚었다. 시중에서 4만~6만원이면 살수 있는 해바라기유를 bhc가 6만7000원에 공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bhc측의 입장은 다르다. 자사브랜드에서 사용하는 해바라기유는 올레인산 80%이상의 고급제품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다른 제품에 비해 올레인산 함량이 높아 기본적으로 가격이 높다는 것이다. bhc는 오히려 동급제품을 기준으로 하면 시중가격보다 자사 제품이 더 싸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오해가 다른 업체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는다. 모 김밥업체의 경우 특유의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고품질의 참기름을 쓰는데 이를 모르는 일부 가맹점주들이 '시중가 보다 비싸다'며 항의하는 바람에 해명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각 업체 고유의 품질을 내기 위해 꼭 써야하는 원자재가 있게 마련"이라면서 "동종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특유의 품질을 내기 위해 필수적인 것인데 이것이 폭리의 수단으로 비춰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분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오해와 관련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 원활한 소통과 체계적인 노하우 전수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원자재 가격 논란도 결국 가맹점 창업시점에 충분한 교육과 노하우 전수가 이뤄졌다면 불거지지 않았을 문제라는 것이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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