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헌터] 사망률 99% 공수병… 진료는 커녕, 처방전도 못 쓰는 병원들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4 15:30

수정 2017.10.24 15:35


[이슈헌터] 사망률 99% 공수병… 진료는 커녕, 처방전도 못 쓰는 병원들

최근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에 물려 생기는 교상사고가 잇따라 발생된 가운데 '공수병'에 대한 대처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물의 이빨에는 파스퇴렐라균, 포도알균, 사슬알균, 혐기균 등 다양한 균이 사람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데 이중 가장 고위험에 속하는 질병이 공수병과 파상풍, 패혈증 등이다. 배우 겸 가수 최시원의 반려견이 유명음식점 대표를 물어 패혈증으로 사망하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개에 물려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진 것이다.

이중 공수병은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나 고양이 등의 대부분의 포유류 동물에 물려 생기는 병으로 바이러스가 있는 타액이 교상을 통해 전파된다. 일단 발병하고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길게는 2주 정도 생존할 수 있으나 보통 4일 이내 사망할 만큼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지난 6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행한 ‘2017년도 공수병 관리지침’에 따르면 광견병이 의심되는 동물에 물렸으면 빠른 시일내에 비누로 상처부위를 깨끗히 씻고 보건소나 병·의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으라 안내하고 있다.
이후 보건소나 병원에서 진단서 및 처방전을 받아 '한국희귀의약품센터'에서 인면역글로블린 및 백신을 구입헤 치료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국내 병원에선 공수병에 대해 진료해줄 경험 있는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고 주요 거점 병원이나 보건소에선 처방전조차 써줄 수 있는 병원이 몇 곳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에 따르면 박치형 씨(30, 남)는 동남아시아 태국을 여행하던 도중 개에 물렸다. 그는 종아리에 개 이빨이 관통해 피부가 2cm 이상 찢어지고 6곳이 움푹 들어간 치명상을 입었다.

당시 걷기조차 힘들었지만 사고 당일 병원으로 향해 응급 처치를 받고 광견병(사람 공수병) 백신을 접종 받았다. 동남아의 경우 광견병이 흔해 동네병원에서 큰 병원들까지 백신을 모두 구비하고 있었고 외국인 일지라도 어렵지 않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가 국내로 입국한 후였다. 그는 현지에서 2주에 걸쳐 백신을 4회 맞았고 국내에 입국했다. 나머지 1회를 마저 맞기 위해 4~5곳의 대형 병·의원과 보건소 등을 찾았지만 모두 진료를 거절당했다. 진료소에 백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를 제외한 공수병 진원지는 대부분 동남아, 중국 등 인근 국가에서 비롯된다. 이들 국가는 여전히 공수병 위험국가로 지정돼 있고 대부분의 포유류에서 이 질병을 매개시킬 수 있는 만큼 잠재적인 위험성은 여전하다. 미국의 경우 너구리, 박쥐, 스컹크 등에서, 유럽에서는 여우를 통한 전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해마다 약 5만 5천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공수병 위험지역으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만약 교상 후라면 최대한 빨리 백신을 맞고 한 달에 걸쳐 총 5회를 투여해 대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수소문 끝에 처방전을 가지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백신을 구입할 수 있으며 이를 들고 병원에 가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가 찾은 의사는 “공수병 처방전을 써본 적도 없으며 백신 이름도 모른다.”고 답했다. 만약 박씨가 태국에서 백신을 맞지 않고 국내에서 치료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결과는 아찔하다.

또다시 처방전을 써줄 병원을 찾아 헤맨 그는 결국 강남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의 한 의사가 처방전을 써주겠다고 해 겨우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다. 의사는 “15년 전에 써보고 처음 써본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 광견병이 의심되는 동물에 물렸다면 가능한 한 현지에서 최소 3회 이상 백신 접종을 하고 입국하라 당부했다. 처방전을 구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몰라 접종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내국인이 이들 국가에 방문했다 광견병에 걸린 동물에 물려 입국한 순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박씨는 “한국은 공수병이 거의 사라진 병이기 때문에 백신도 구하기 어렵고 처방전 써주는 데가 별로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쓸 줄을 모릅니다.”며 개탄했다.

기자는 서울지역 보건소와 대형 병원 5곳에서 공수병 백신 접종 여부와 처방전 작성을 의뢰했다. 확인 결과 모든 곳에서 거절당했다. 대다수의 진료소에선 공수병조차 생소해했으며 처방전 또한 작성이 어렵다고 답했다. 그리고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가보라고만 되풀이했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선 “진료가 가능하니 예약을 후 방문하라”고 안내했다. 이로써 전국의 단 한 곳에서만 공수병 진료가 가능하고 원내에 백신을 구비하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 관계자는 “처방전을 쓸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는 건 처음 알았다."면서 "공수병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환자가 없어 그런 거 같다.
하지만 북한에서 넘어온 야생동물이나 해외에서 광견병에 걸린 동물에 물려 공수병이 발병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일선 진료소에 관련 지침과 안내를 강화하도록 하겠다.
”라고 밝혔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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