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홈플러스, 깨알글씨 '고객정보 제공'..法 "배상책임 인정" 원심 파기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4 14:23

수정 2017.10.24 14:23

당사자 동의 없이 경품행사에서 얻은 고객 정보를 보험사에 판매한 유통업체 홈플러스는 피해 고객들에게 10만원씩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부(박미리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4명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홈플러스는 2011년 11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1차례에 걸쳐 외제차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행사를 진행하면서 응모한 고객들의 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712만건을 수집했다. 이중 약 600만건의 개인정보는 업무제휴를 맺은 보험사에 약 110억원을 받고 팔았다.

당시 응모권 뒷면과 인터넷 응모 화면에는 1mm 크기 글씨로 '개인 정보는 보험상품 안내를 위한 전화 등 마케팅자료로 활용된다'고 기재돼 있었고 하단에는 개인 정보 이용 미동의 시 경품추천에서 제외된다'는 사항이 붉은 글씨로 인쇄됐다.

회사 측은 멤버십 카드 회원 중 가입 과정에서 개인 정보의 제3자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회원들 정보도 보험사들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홈플러스 법인과 임직원들을 기소했으나 1·2심은 응모권에 '개인 정보가 보험회사 영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 등 법률상 고지해야 할 사항이 모두 적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4월 홈플러스의 행위는 "(법이 금지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으로 개인 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 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민사소송 재판부도 "소비자 입장에서 경품행사가 개인정보를 수집해 보험회사 등에 제공하는 대가로 경품을 제공하는 행사인지 여부는 응모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요소"라며 "그러나 응모권 뒷면에 기재된 동의 관련 사항은 내용을 읽기 쉽지 않아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어려웠을 것이고 고객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홈플러스가 의도적으로 응모권 내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관한 부분의 글씨를 작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고객이 인식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봤다.


다만 관련 사항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동의한 소비자들의 성급함이나 부주의도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배상액을 정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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