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아마존 본사 쟁탈전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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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마감된 미국 온라인 쇼핑업체 아마존의 제2 본사 유치전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238개 도시가 신청서를 내 경쟁률이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는 물론 하버드대 등 우수 인력이 강점인 보스턴 등도 뛰어들었다. 시카고는 600명의 매머드급 유치위원단을 구성했고 뉴저지주는 70억달러의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내걸었다. 뉴욕시 맨해튼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아마존의 상징인 오렌지색으로 밝혔다.

내로라하는 도시들이 아마존 제2 사옥 유치에 애가 달아하는 이유는 50억달러의 직접투자와 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정도 규모의 투자와 일자리면 도시의 지도가 확 바뀐다. 실제 아마존은 2010년 시애틀로 본사를 옮긴 뒤 4만명을 고용했고, 이들에게 지급한 임금만 250억달러가 넘는다. 7년간 시애틀 인구는 11만명이 늘었다. 지갑이 두툼한 아마존 직원들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5만개 일자리를 쥔 아마존은 슈퍼갑이다. 여러 입지조건을 내걸고 나를 설득해 보라며 떵떵거린다.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공청회에서 미국 정치인들이 삼성.LG전자 편을 든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두 회사가 사우스캐롤라이나.테네시주에 공장을 짓기 때문이다.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삼성 공장이 들어서면 1000개 넘는 일자리가 생기는데 무역보복으로 자칫 무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는 지금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일자리에는 국경도 없고 내편 네편도 가리지 않는다. 한국은 거꾸로 간다.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비정규직 제로화, 근로시간 단축 등 문재인정부가 내놓는 정책마다 일자리를 줄이는 악수다.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보완책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노동경직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137개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노사협력 130위, 정리해고 비용 112위, 고용 및 해고 관행 88위에 머물렀다. 막강한 대기업 노조의 장벽에 수많은 실업자가 고용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오죽하면 이상범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높은 임금, 낮은 생산성을 빗대 "내가 경영진이라도 해외에 공장을 지을 것 같다. 회사가 망해봐야 노조가 정신 차린다"는 쓴소리를 했겠나.

문 대통령이 지난달 뉴욕 한국투자설명회에서 "지금이 한국에 투자할 때"라고 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현실이 그렇다.
지난해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위는 세계 237개국 중 152위인 반면 한국이 외국에 직접투자한 비율은 33위라는 통계도 있다. 국내공장은 해외로 나가고 해외공장은 들어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규제는 늘리고 노동경직성은 더욱 굳어진다. 이런 마당에 한국에 제2 사옥을 짓겠다고 나서는 세계적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