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추어탕·콩나물밥·전어·복분자주.. 대통령-노동계 만찬 메뉴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4 17:51

수정 2017.10.24 17:51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 마주한 노동계 인사들에게 공감과 존중의 메시지를 담은 음식을 대접했다. 지난 7월 재계 간담회에서 호프타임으로 격의 없는 소통과 화합, 상생을 강조했다면 24일 만남에선 격식을 차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축으로서의 노동계의 위상을 높이 세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청와대의 해외 정상급 예우 계획에도 민주노총이 끝내 불참을 선언, 이날 만남의 의미는 다소 퇴색한 모양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 테이블에는 가을 보양식인 추어탕과 콩나물밥, 전어가 올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어탕은 서울에선 청계천을 중심으로 서민의 가을철 보양식으로 발전했다"며 "청계천은 우리나라 노동계의 뿌리이자 정신으로 노동계의 상징적 존재인 전태일 열사가 치열하게 산 곳"이라고 설명했다.

추어탕과 함께 전태일 열사가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진 콩나물밥을 식탁에 올리는 것 역시 노동계와 공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에는 "대화 장소에서 모두 만나길 소원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이 관계자는 귀띔했다. 노동계의 노사정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건배주로는 선운복분자주가 올라왔다. 2016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과실주 부문 대상을 받은 술로,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주로 쓰인 바 있다.

만찬에 앞선 티타임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내놓은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라는 이름의 차도 눈에 띈다. 청와대에 따르면 평창의 고요한 아침은 평창 수국과 동서양의 허브를 블렌딩한 홍차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계 정상을 만날 때 선물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 중인 이 차를 노동계 인사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와의 사전환담 장소로 정상급 외빈을 접대하는 본관 접견실을 선정한 데 이어 세계 정상 선물용 차를 가장 먼저 대접함으로써 노동계를 존중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청와대는 이날 만찬 계획을 전하면서 '예우'라는 표현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 같은 메뉴 선택은 앞선 재계 간담회에서 상생의 의미를 담은 황태절임과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을 만찬 테이블에 올린 것과 사뭇 다르다.
당시 청와대는 만찬주로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수제맥주를 올려 대.중소기업 간 협력에 대한 의중을 전했으며 대화 장소로 상춘재 앞마당을 선택해 격식보다는 소통에 방점을 찍은 행보를 보인 바 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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