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럽 양적완화 연장에 유로 약세전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7 17:34

수정 2017.10.27 17:34

ECB 통화정책회의.. 내년 9월까지 연장 결정
월 600억 유로 채권매입.. 내년부터 절반으로 감축
유럽 양적완화 연장에 유로 약세전환

"테이퍼(되감기)가 아니라 감축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6일(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말이다.

ECB는 이날 채권매입을 통한 양적완화(QE) 정책을 올해 말에서 내년 9월까지로 다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3번째 연장이다.

채권 매입 규모는 줄이되 필요하면 내년 9월 이후에 재연장도 가능하다고 문을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ECB의 금리인상이 2019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 회의인 이틀 간에 걸친 집행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의 방점을 '통화완화 정책 지속'에 찍었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ECB 결정은 QE 중단이 아니라면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제에 불안 요인이 보이면 종료 시점인 내년 9월 이후에도 채권매입을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테이퍼가 아니라 감축"이라면서 이날 회의에서 QE규모를 '제로'로 완전히 줄인다는 '테이퍼'라는 말은 아예 언급도 안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만기 채권 재투자는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테이퍼, 되감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채권매입을 통해 시장에 푼 돈을 다시 회수하기 시작하기로 하면서 일반화된 용어다.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면서 동시에 또는 그 이후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중에서 돈을 거둬들이는 것을 뜻한다. 매입 규모만 줄이고 채권을 재투자하면 이전에 채권매입으로 풀린 돈이 시중에 그대로 남아있게 되지만 재투자를 줄이기 시작하면 그렇게 남아있던 돈까지 모두 중앙은행으로 다시 들어가게 된다. QE 규모가 '제로'가 되는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내년 9월 이후에도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앞서 ECB는 집행이사회에서 올해 12월말로 끝나는 QE를 연장해 내년 9월까지 채권매입을 지속하기로 했다. 대신 내년 1월부터는 채권매입 규모를 지금의 월 600억유로에서 300억유로로 줄인다.

드라기는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대체할 새 채권 매입규모가 '대규모'가 될 것이라면서 다음달 7일부터는 향후 12개월 동안 채권교체 규모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자회견에서 최소한 2019년말까지는 은행들이 ECB에 맡긴 담보를 토대로 자유롭게 돈을 빌려갈 수 있다는 점도 약속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성장률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회의장 분위기는 성장과 관련해 '긍정적'이었다면서 이전의 조심스런 입장과 달리 올 하반기 유로존 성장세가 상반기처럼 강한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아직 명목임금 성장률이나 근원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에서 고무적인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낙관적인 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QE를 지속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는 25인으로 구성된 집행이사회 내에서 독일을 중심으로 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표적 매파인 독일중앙은행(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가 반대했다. 유로존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ECB가 여전히 QE 장막을 걷지 않고 있는 점을 그는 우려했다.


이 소식통은 연장시기가 그렇게 길지 않고, 종식 가능성도 확실했다면 바이트만 총재가 QE 연장에 찬성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회의에서는 바이트만 외에 다른 참석자 일부도 내년 9월 이후 추가 연장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에 반대했다고 ECB 관계자들은 말했다.
딜로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언 스투어트는 "이는 부드럽고 부드러운 되감기"라면서 "확실한 것은 ECB가 (파티용 음료를 담는 그릇인)펀치볼을 아직 치우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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