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고 끝 홍종학… 악수 될까, 묘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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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 난다'라는 말이 있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묘수를 찾기 위해 오래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최악의 수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이 말은 현실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심사숙고도 좋지만 오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결단을 내리기는 더욱 힘들어질 뿐 아니라 오히려 나쁜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홍종학 전 국회의원이 임명됐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67일, 박성진 전 후보자가 사퇴한 지 38일 만이다. '마지막 퍼즐'인 홍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문재인정부 초대 내각은 완성된다.

홍 후보자는 중소기업을 대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호 마지막 승선자,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담금질하겠다"고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힌 홍 후보자는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대기업이나 재벌이 있다면 저부터 상대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재벌에 맞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홍 후보자를 둘러싼 기류는 심상치가 않다. 다음달 10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야권은 코드인사론과 홍 후보자의 가족 재산 증식, 학벌주의적 철학을 거론하며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를 기다리지 말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맞서 여권은 배수의 진을 친 듯한 느낌이다. 8번째 중도포기, 낙마자가 될 경우 '인사시스템'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여당은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 업무계획을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며 적극 보호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러한 모양새는 예상된 수순이다.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기 위한 과정인 만큼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중소기업계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홍 후보자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발표된 직후 중소기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중소기업계가 정말 홍 후보자를 원해서였을까. 아니다. 홍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겠지만 드디어 중소기업계의 현안을 풀어줄 수 있는 수장이 정해졌다는 측면에서 환영의 뜻을 밝힌 곳이 더 많을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장관 부재로 인사를 못해 4개실 가운데 창업벤처혁신실, 중소기업정책실 등 2개의 핵심부서가 공석 중이다. 장관이 없는 상태로 국정감사도 받았다. 중소기업계 최대 현안인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해서는 손도 못대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계가 문재인정부 최대 수혜처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

홍 후보자가 어떻게 활용될지는 아직 모른다.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승선자가 돼 중소기업 성장 발판을 마련할 묘수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사석이 될지.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묘수가 되기를 바랄 것 같다. 이번에도 악수가 된다면 또 다른 묘수를 기다리기에는 시간도 없고, 기다린다고 해도 묘수가 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가 후보로 나와도 환영받을 것"이라는 한 중소기업인의 말이 기억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