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저무는 동전의 시대

동전 10원에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40여년 전에 초등학교 앞 가게에서 팔던 줄줄이 알사탕이 아마 10원쯤 했던 것 같다. 동전이 소중했던 만큼 호주머니 속에서 짤랑거리던 동전 소리가 싫지 않았다. 싫기는커녕 주머니 속의 동전 몇 개는 되레 든든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동전으로 대표되는 금속화폐는 물물교환 시대를 지나 돈이 거래의 수단이 됐던 시점부터 이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폐의 역사와 금속화폐의 역사가 거의 궤를 같이 한 셈이다. 다른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금속화폐는 금.은 등 희귀한 가치를 지닌 광물을 녹여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돈으로서 거래되기 시작됐다. 자료를 찾아보면 동전은 먼저 청동과 철로 주조돼 유통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세계 최초의 금속화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청동으로 주조된 농기구 모양의 포전과 칼 모양의 도전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금속화폐의 시대가 열린 것은 유럽 사회를 중심으로 금화와 은화가 등장한 때부터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오늘날 유통되는 종이로 만든 지폐나 구리가 주성분인 동전의 경우 화폐가 가진 재료의 가치보다는 사회적 합의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보증으로 가치가 보장된다. 그러나 당시 금속화폐는 금화와 은화처럼 재료 자체에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금화나 은화을 위조하거나 테두리를 조금씩 깎아서 거래하는 행위가 빈번했다. 테두리 깎기가 처음에는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조금씩 깎이다 보면 나중에는 거래되기 어려운 수준으로까지 금속화폐가 훼손됐다. 테두리 깎기로 화폐가치가 거래에서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지면 왕들은 기존 화폐를 모아 중량과 순도가 다른 새로운 화폐를 만드는 경우가 잦았다. 요즘 동전의 테두리에 톱니 모양의 무늬가 새겨진 것은 테두리 깎기를 방지하기 위한 옛 장치가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흔적이다.

소중했던 동전이 요즘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호주머니 속에서 짤랑거리는 소리도, 동전의 무게 때문에 옷이 처지는 것도 싫어졌다. 동전의 가치가 예전만 같았더라도 좀 싫은 것은 참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그런 소리나 무게가 불편해졌다. 이젠 어린애들조차 동전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한국은행에서는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잔돈을 교통카드 등 선불 전자지급수단에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은 확산되지 않고 있다지만 멀지 않아 실제로 동전 없는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화폐의 출현과 함께 시작된 동전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동전이 다시 활성화되려면 옛날처럼 금화나 은화로 발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yongmin@fnnews.com 김용민 금융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