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몰입할 때 찾아오는 행복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우리 모두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이다.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수다를 떨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산보할 때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감은 자신이 하는 일에 몰입할 때 찾아온다. 몰입을 하게 되면 행복감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업무 성과도 높일 수 있다. 몰입하지 않고 맛보는 행복은 외부 의존도가 높은 반면 몰입에 의해 오는 행복감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것이므로 더욱 값지다.

몰입(flow)은 고도의 집중을 유지하면서 지금 하는 일을 충분히 즐기는 상태다. 동양에서의 무아지경(無我之境), 물아일체(物我一體)와 같은 개념이다. 몰입은 강렬한 주의집중으로 자아를 인식하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도 망각하게 만든다. 몰입이론 창시자인 칙센트 미하이 박사에 따르면 몰입은 '무언가에 흠뻑 빠져 있는 심리적 상태'이며,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라고 정의한다. 몰입의 순간은 실로 엄청난 파워를 발생시켜 큰 성과를 만들어낸다.

사석위호(射石爲虎)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호랑이인 줄 알고 활을 쏘고 보니 그 화살이 바위에 꽂혀 있었다는 뜻이다. 사기(史記)에 실린 일화다. 명사수 이광이 사냥을 나갔다가 밤중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호랑이 한 마리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게 되자 죽기 살기로 화살을 당겼다. 호랑이가 꼼짝하지 않자 가까이 가보니 화살이 꽂인 곳은 바위였던 것이다. 몰입의 순간에 초인적인 힘이 나온 것이다.

필자는 어릴 적엔 잠꾸러기였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때 수학시험 전날 밤에 참고서 문제를 푸느라 밤을 새운 적이 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한 것이다. 당연히 좋은 점수를 얻었다.

그러면 몰입은 언제 잘 일어나는지 또는 어떤 조건일 때 몰입이 될까. 칙센트 미하이 교수는 '분명한 목표가 있는 활동일 때, 즉각적인 피드백이 주어질 때, 개인적 기술 수준과 과제의 난이도가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몰입이 잘 된다'고 한다.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자신의 능력에 맞는 적절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피드백을 받을 때 몰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즉각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과제가 너무 어렵거나 쉬워도 흥미를 잃고 포기하게 된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또한 자신의 잠재력 개발과 과제의 성과를 높이려면 맡은 일에 몰입해야 한다. 권태나 외로움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이 없을 때다. 몰입할 거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몰입할 만한 일을 찾아야 한다.
몰입할 거리는 누구에게나 다양하게 있기 마련이다. 단지 이를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행복한 삶이란 결국 몰입거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